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항공사에 일하게 되었다. 쉬는 날이 되면 배낭을 둘러매고 야근이 끝나는 날 바로 항공기에 몸을 싣고 해외로 날아갔다.
1994년 10월에 필리핀 보라카이 섬으로 목적지를 정해 날아갔다. 당시의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를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대부분의 도시가 판잣집으로 빼곡하게 보이고 몇 개의 빌딩만이 낮게 보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마닐라에 도착해서 지프니를 타고 바탕가스로 가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거의 네시간만에 바탕가스 항구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산호세란 섬으로 일반 여객선으로 갈아탔다. 밤새 9시간을 자그마한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 산호세 섬에 도착해서 다시 섬 내륙을 2시간 정도 지프니로 이동해서 보라카이로 가는 페리로 갈아탔다. 한참 페리가 파도가 높게 치고 있었다. 파도가 높은 바다 한가운데를 심하게 흔들리며 지날 무렵에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아이가 없어졌어요."
선장은 배를 급히 돌려 모든 승객들이 함께 바다를 살펴보며 오던 길을 돌아가며 아이를 찾으려 노력했다. 아이 부모들은 울며불며 어쩔 줄을 몰라 걱정하고 있었다.
배는 거의 20분을 넘게 돌아가며 마침내 아이를 찾았다.
높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한가운데 아마도 여덟 살 조금 넘어 보이는 까무잡잡한 사내아이가 당황한 기색도 없이 천천히 손을 지으면서 물에 떠있었다. 역시 섬나라의 아이였다.
아이는 그렇게 무사히 구조가 되었고 배는 한 시간을 넘게 시퍼런 바다를 건너 쪽빛 색깔의 바다와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를 가르면서 하얀 산호 해변의 보라카이 섬으로 도착했다.
당시의 섬은 개발이 전혀 안된 천해 자연의 지상낙원 같은 산호섬이었다. 산호로 이루어져 배도 항구에 도착하지 못해 배가 접근할 수 있는 곳까지만 가고 배에서 나무 널빤지를 내리고 한 명씩 바닷가 물속에 발목을 젖시면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파라다이스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리고 숙소를 찾아야 했다. 호텔은 없고 대나무로 만들어진 코티지란 숙소는 에어컨은 없고 커다란 실링팬이 돌아가며 하루에 100 패소를 지불했다. 페리가 도착하는 곳에서 5분 거리에 식당들이 널려있고 스노클링과 낚시 관광 패키지를 운영하는 여행사가 모두 근처에 있었다. 우선 세일링을 하는 돛단배를 나무배를 가진 선주들이 호객 행위를 하며 가격 흥정을 걸어왔다.
3시간 보트 세일링과 근처의 악어섬 관광 가이드까지 포함해서 50 패소를 지불하고 나무보트에 올랐다. 필리핀 보트는 가운데 길게 뻗은 보트에 양쪽으로 갈빗대처럼 뻗은 지지대가 있고 커다란 돗이 달려있어 바람으로 만 운행하는 보트였다.
빠르게 파도를 가르 지르며 달려가는 가운데에 있다가 용기를 내어 옆으로 뻗어있는 갈빗대 모양 위에 펼쳐진 그물망 위에 앉아 물살을 느끼면서 세일링을 실컷 즐겼다. 그리고 악어처럼 생긴 악어섬에 도착해서 화산으로 인해 생긴 천연동굴을 따라 바닷물 아래를 통하는 동굴 탐험도 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 스노클링과 낚시 패키지를 100 패소에 예약했다.드디어 필리핀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