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에세이, 항공기, 직업이야기
겨울이 시작되는 아침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제법 쌀쌀한 기온으로 겨울의 아침 하루를 시작하고, 공항 활주로에서는 도착하는 항공기들이 줄을 지어 들어오고 있다.
지상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그 장면은 수십 번을 봐왔지만, 이상하게도 매번 마음이 움직인다.
오늘도 나는 그 곁에 서 있다.
이렇게 비행기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사십 년이 되어 간다.
처음 항공기를 배움의 시간까지 더하면, 거의 사십 년.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비행기 옆에서 보냈다.
원래 이런 인생을 꿈꾸진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인연은, 머리로 결정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처음에는 전투기의 매끈한 동체에 반해 시작했다.
편한 사무실 근무로 배치되어 시작을 했지만, 직접 항공기 옆에서 배우고 싶었다.
몇 번을 간청했고, 결국 현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전투기의 애프터버너 안에 들어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제대 후에는 민항기들의 거대한 크기에 놀랐다.
그리고 지금은 A380, A350 같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최신의 항공기들을 직접 돌보며 살아간다.
항공기가 아파하면, 나는 곁에서 돌본다.
결함, 지연, —그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곁을 지키며 회복이 될 때까지 함께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항의 하늘은 늘 같은 색은 아니지만,
항공기와 함께하는 내 하루는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시작된다.
호주 시드니 공항에는 주말마다 항공 마니아들이 모여든다.
직원 주차장 꼭대기에서 망원렌즈를 들고 몇 시간씩 비행기를 찍는다.
그 모습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나는 매일같이, 원 없이 비행기를 보고 살아왔으니까.
연료 탱크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새벽에 들어오는 항공기를 맞이하며 하루를 연다.
누군가에겐 낯선 풍경이지만, 나에겐 가장 익숙한 일상이다.
오늘 아침도 두 대의 항공기가 먼 길을 날아와 내 곁에 잠시 머물다 떠나간다.
해가 떠오르고, 그들을 무사히 본국으로 보내고 나서야 퇴근길에 오른다.
구름에 살짝 가려진 햇빛이 강변에 강하게 비출 때,
나는 그 길을 조용히 걸어 집으로 향한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지금 나는, 항공기와 함께여서 행복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