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엔지니어, 엔진, 항공기
290명의 승객이 타야 할 항공기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거의 두 시간이 늦은 밤 9시 27분. 게이트에 항공기가 멈췄고, 지상 직원들은 헤드셋을 쓰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행기는 겉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기장은 다가와 말했다.
"좌측 엔진의 방빙 시스템 이상으로 전 공항에서 5시간 지연됐습니다. 정비 이월 처리하고 왔는데, 여전히 Engine Anti-Ice 밸브가 닫혔다는 경고 메시지가 계속 들어오네요."
"알겠습니다."
나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고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상황 판단의 문제였다.
시드니 공항의 통금 시간은 밤 11시. 그전에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하면, 승객들은 비행기가 아닌 호텔 침대로 향해야 한다. 내가 가진 시간은 단 한 시간 반. 이 항공기의 출발 예정 시각은 10시 10분이었다.
정비 통제팀(MOC), 지점장에게 동시에 상황을 보고하고, 매뉴얼을 프린트하고 MEL을 다시 꺼냈다. 항공기 MEL의 운항 허용 조건과 정비 절차를 꼼꼼히 검토하고, 지원 온 메카닉에게 브리핑을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갔다. 그리고 결국, 나는 문제의 핵심을 찾아냈다.
Engine Anti-Ice 밸브. 그 위치가 잘못되어 있었다. 시스템 상으로는 비정상적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좌측 엔진 카울링을 열고, 밸브를 수동으로 정확한 위치로 고정했다. 그 순간, 마치 복잡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는 듯했다.
기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로그북을 정리하고, 본사에 연락해 최종 확인을 받았다. 모든 조치가 끝나자, 승객들의 탑승이 시작되었다.
밤 10시 44분. 활주로 위를 달리는 항공기의 엔진 소리가 공항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힘찬 이륙음을 들으며, 나는 묵직한 어깨의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전화가 왔다. 공항 지점장이었다.
“진, 오늘 당신이 나를 살렸어요. 오늘 끝나고 한 잔 어때요?”
그 말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조금 뒤에는 회사 이메일로 감사 인사까지 도착했다.
그날 밤, 나는 다시 한번 이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하루와 인생을 움직이는 일인지 실감했다.
엔지니어는 단순히 ‘고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하늘을 나는 수백 명의 안전을, 조용히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