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엔지니어, 중동, 항공이야기
카타르에 온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낮에는 여전히 뜨겁지만, 밤이 되면 사막의 바람이 습기를 담은 식은 공기를 실어온다. 이제는 잠시 걸어도 땀이 식는다.
매일 이어지는 항공사의 필수 교육은 빠듯했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일요일마다 평가가 있었다. 중동의 일요일은 평일이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호텔로 향해 잠시 쉬었다가, 해가 질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혼자 수영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그리고 그날의 교재를 다시 펼치며,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랐다.
처음 이런 교육을 받았던 건 스무 살 중반 무렵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배움의 자리에 앉아 있다.
함께 교육을 받는 후배들은 대부분 젊다.
어떤 후배는 내 막내아들보다도 어리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나이보다 훨씬 깊은 열정이 담겨 있다.
이번 두 번째 과정은 특히 특별했다.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메카닉들 중에 선발된 후배들이 엔지니어로 진급하기 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과정 주에 두 번의 시험에서 떨어지면 진급은 불가능했고, 다시 기회를 얻는 것도 장담하기 힘들다.
매일 나를 호텔에서 차로 태워주던 후배 ‘매니쉬’는 이번 교육을 12년 동안 기다려왔다고 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에 과정을 통과하면 연봉도 상당히 오르고, 가족 항공권과 자녀의 대학 교육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엔 욕심보다 강한 책임감이 묻어 있었다.
가족을 위한 간절함, 그것이 그를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버티게 한 힘이었다.
마지막 과정 평가 날 아침, 매니쉬의 얼굴은 평소보다 창백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휴식 시간이 되었지만, 그는 휴게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오후 한 시,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다.
나는 중간쯤 답안을 제출하고 나왔고, 한참 후 붉게 상기된 얼굴의 그가 교육장을 나왔다.
시험이 끝나면 결과는 다음날 이메일로 개별 통보된다고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말했다.
“매니쉬, 오늘 저녁은 내가 낼게. 시험도 끝났으니 같이 식사하자.”
그는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스터 진, 어젯밤 시험 준비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다음에 꼭 함께 하시죠.”
그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하루였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 그의 이름이 휴대전화 화면에 떴다.
“미스터 진, 저… 시험 통과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와 기쁨, 그리고 조금의 울림이 섞여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교육 동안 같은 교실에서 함께한 얼굴들이 스쳐갔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배우고, 또 성장하려는 사람들.
그들의 앞날에 부디 바람이 잔잔하기를,
엔지니어로서의 새로운 여정이 평탄하기를.
카타르의 밤하늘에 부는 시원해지는 바람이 그들을 축복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