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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Sep 27. 2021

정말 치매에 걸리면 벽에 똥칠을 할까?

치매 문제행동 대응 : 비위생적 행동


 치매의 문제행동에 대한 오래된 악담이 있다.


 벽에 똥칠을 한다.


 이 말이 치매에 대해 얼마나 많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했을지를 상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비위생적인 행동은 치매의 대표적인 문제행동이며 사람들이 끔찍이도 혐오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사실이긴 하다. 치매환자들이 벽에 대변을 바르는 행동은 종종 관찰되는 사례이다.


 자, 그럼 이렇게 물어보겠다. 치매가 오면 대체 왜 벽에 똥칠을 하는 것일까?


 그냥 머리가 이상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그럼 왜 여러 사람에게서 비슷한 행동이 관찰되겠는가? 치매환자의 문제행동을 천천히 관찰해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내가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벽에 대변을 바르는 행동은 사실 손을 닦는 행동이었다. 대변을 보고 난 이후 변을 닦다가 손에 변이 묻은 것이다. 일반적이라면 다시 휴지로 닦거나 나와서 손을 씻겠지만 치매환자에게는 그 자체가 어렵다. 손가락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도 있고 상황판단능력 저하로 그냥 간단하게 벽에 손을 닦는 것으로 문제를 치워버리는 것이다. 어르신 나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많은 어르신들이 자신이 기본적인 일에서 실수를 하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는다. 아, 내가 이렇게 무능해졌구나. 내가 이제 이런 것 까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구나 하면서 우울해하시기도 한다. 사람들은 수치스러운 일을 경험하면 숨기고 싶어 한다. 이는 당연하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해 하는 행동이 더욱 문제를 키우기도 한다. 그렇게 화장실 벽이 온통 변으로 뒤덮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비위생적인 행동을 발견했을 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하며 원래 나이가 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어르신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득해야 한다. 굳이 어르신을 자극해서 좋을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르신을 위한 잔소리라는 생각으로 어르신을 구박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버릇을 고쳐 놓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이가 아닌 어르신에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어르신에게 잘 가르쳐 드려서 그런 행동을 다시는 안 하게 만들기 위해 잔소리를 한다고 변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어르신을 위한 잔소리였는가? 그저 내가 돌보기 어렵기 때문에 한 잔소리가 아니었나?


 쉽지 않지만 어르신의 실수에 대해 너그럽게 넘어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겠다. '쉽지 않지만 해야 한다.' 특히 비위생적인 행동에 대해서 유난히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들이 많다. 와, 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까지 되었구나. 하고 충격을 받기도 하고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에 자괴감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비위생적인 행동 역시 여러 다른 문제행동 중에 하나일 뿐이다. 계속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행동이나 화장실 벽에 온통 변을 묻혀 놓은 행동 중 어떤 것이 더 심각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난히 비위생적인 행동에는 기겁하거나 충격을 받는 것 같다.


 비위생적인 행동은 그 외에도 다양하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수시로 긁는 경우도 있고, 화장실에 있는 변이 묻은 휴지를 손으로 뒤적거리기도 한다. 소변을 아무데서나 보거나 변기 안쪽에 은 변을 손으로 닦기도 한다. 소변을 본 이후 바로 기저귀를 빼내서 아무 곳이나 던져버리는 경우도 있고, 변이 은 속옷을 이불속에 숨겨두기도 한다. 변을 닦지 않아서 속옷에 항상 변이 묻어있는 경우도 흔하다. 이 외에도 정말 무수히 많은 변과 관련된 행동들이 있다. 변을 보는 행동은 매일 하는 행동이기에 관련한 문제 행동 역시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어르신이 얼마나 깔끔했는지 여부는 별 상관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어르신의 이러한 행동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요양보호사로 근무를 하려고 하시는 분들 중에도 이 비위생적인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이러한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일찌감치 요양보호사나 돌봄 제공자로 근무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다른 사람 변을 만지는 일은 할 수 없다면 당연히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할 수 없다. 주간보호시설에서는 안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해보기 전까진 모른다.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정말로 열성적인 요양보호사분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일주일도 견디지 못하셨다. 기저귀를 교환할 때마다 헛구역질을 하는 바람에 결국은 그만두셔야 했다.


 비위생적인 행동은 많은 치매로 인한 문제행동 중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급격히 높이는 행동임에는 틀림이 없다. 가정에서 이러한 행동이 지속되면 사실 오래 돌볼 수 없다. 세탁과 청소 업무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기저귀를 빼는 행동은 정말 대응이 어렵다. 치매환자를 위한 속옷이나 혼자서 벗을 수 없도록 특별한 옷을 입어야 한다. 일부 소변줄을 삽입하시는 분들 중에 그것을 잡아 빼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엔 안전 때문에 불가피하게 신체구속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가 있는 어르신을 가정에서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 다치기 전에 요양시설을 알아보는 것을 권한다.


 안타깝게도 다른 문제들처럼 이러한 문제를 없애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조언을 하자면 패턴을 만들고 예방하는 것이다. 일단 가장 먼저 야간에는 주무시게끔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초기 목표이다. 밤에 소변을 보시지 않도록 주무시기 직전에 화장실을 모시고 가서 변을 보실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자다 일어나서 뒤처리를 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다. 최대한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다.


  낮에는 변을 보는 시간을 체크하거나 화장실을 가실 때 동행을 해서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예방한다. 이런 식으로 반복적인 일과를 만들고 변의를 느끼시기 직전을 확인해서 미리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변을 보시게 하면 문제행동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혼자서 집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으며, 적어도 주간보호시설이나 방문요양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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