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면접, 그리고 푸른 하늘
중간고사가 끝났다.
시험공부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여 대부분 급하게 공부했다. 난 벼락치기를 싫어한다.
공부는 사람과의 교제와 비슷하다. 호기심을 갖고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란 점에서 그렇다.
시험이라는 건 내가 이 과목과 이만큼 친하다는 걸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 기대하는 시험 응시자로서의 태도는 그렇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전에 잔뜩 벼락치기해놓고 시험장 가서는 "우리 친해요"하고 애써 포장하다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시험은 내가 가장 애착있게 듣는 과목 중 하나로서 심지어 과제 형식으로 써서 내는 거였는데도 마감시간에 급박하게 쓴 탓에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서 그런가 시험이 끝나도 그닥 후련하지 않았다.
아무리 취준과 병행한다지만, 나에게 있어 대학생으로서 해야 할 공부를 성심성의껏 하는 것은 취준과 준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11, 12월 동안에는 좀더 공부에 진심을 쏟아보자고 다짐했다.
시험이 끝나도 후련하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이제 본격적인 면접시즌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이 내 첫 시즌이니까 면접을 볼 기회가 오기는 할까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내가 제일 가고 싶었던 두 기업에서 면접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한 곳은 무역지원, 다른 한 곳은 무역실무 일을 하는 곳으로서, 무역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에게 허락된 가장 좋은 선택지다.
(다른 기업은 우수수 떨어졌다는게 함정...)
면접 보게 됐다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민지 넌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다. 그냥 너 자신을 최대한 보여주고 와."였다.
그리고 그 기업에서 일하는 나 자신을 상상할 때 그림이 제법 괜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그려온 무역인으로서의 비전,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마음껏 보여드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면접하니까 중3때 봤던 외고 면접이 떠오른다.
면접 과정은 하나도 기억 안나는데, 면접이 다 끝나고 "즐거웠습니다! ^_^" 이러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라이 같긴 한데 당시에는 면접 시간 내내 나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그렇게 말하진 않겠지만 마음가짐은 그대로 가져가보기로.
면접 볼 두 회사 중 한 곳이 아주 길고 심층적인 인성면접으로 유명하다. 그 시간이 기대되는 건 왜일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지독하게 좋아하는 성격이 면접에서 긍정적으로 발휘되었으면 좋겠다.
제목은 요즘 내 일상이 취준공부취준공부 이렇게 반복되어서 취공이라고 붙였는데,
문득 왠지 그런 단어가 있을 것 같아서 국어사전에 쳐 봤더니 "푸른 하늘(翠空)"이라는 뜻이란다.
일상에서 절대 쓰지 않는 단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내가 일상에 치이건 말건 하늘은 항상 푸르고 한결같다.
푸른 하늘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또, 푸른 하늘을 늘 보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