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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07. 2023

dance restart

매니악하게

춤을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에도 간간히 췄지만 한 5분 깔작대고 마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예전처럼 다시 제대로 해 보려고 한다.



춤을 본격적으로 추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였으니까 햇수로는 14년째다. 발단은 교회 여름 수련회였다. 어린이 워십팀이 와서 공연을 했는데, 내 또래 친구들이 전문 댄서마냥 현란한 안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매혹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워십팀의 안무 영상이 올라오는 카페에 가입하여 거의 모든 영상을 섭렵했다. 시작은 워십댄스였으나 가요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케이팝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그러다가 팝핀에도 관심이 생겨 팝핀도 좀 건드려봤다. (그닥 잘하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고등학교 장기자랑 때 팝핀 단독무대를 했었다. 그렇게 팝핀민지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곡의 안무를 하나씩 따면서 출 줄 아는 춤이 조금씩 늘어났고, 그러면서 춤으로 얻는 기쁨도 커졌다.



내가 춤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자유". 춤출 때만큼은 어떤 제한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취미와는 조금 다르다. 글을 쓸 때는 문장이 이상하면 바로 티가 나니까 단어 하나하나를 검열하게 된다. 노래를 부를 땐 단일한 창법으로 최대한 잘 부르려 애쓰고, 삑사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된다. 그런데 춤을 출 때는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 안무를 까먹거나 틀려도 즉흥적으로 안무를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안무를 아예 모르는 곡이 있어도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느껴지는 것을 그저 "되는 대로" 표현하면 된다. 동작이 생각나지 않으면 기본 동작을 반복하며 변형하는 식으로 확장하면 된다. 그래서 춤은 자유롭다. 취미를 비롯하여 내가 일상에서 하는 모든 활동 중 가장, 어쩌면 유일무이하게 정답이 없는 활동이다.



춤에는 본질적으로 정답이 없지만, 그럼에도 교본을 치열하게 모방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는 동작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프리스타일만 하다 보면 자꾸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 바보가 된 기분이다. 좋아하는 곡 위주로 연습할 것을 정해서 정교하게 따라함으로써 나만의 취향과 동작이 생긴다. 그동안 안무 연습을 할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왠지 춤이 땡겨서 몇 분 추다보니 연습할 대상을 정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내가 곡을 정하는 기준은 단 하나, "동경"이다. 어떤 곡에 대해 동경을 느끼면, 그 곡의 안무에 능숙해지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긴다. 이 열망은 춤을 추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올해 처음으로 연습할 곡은 스트레이키즈의 Maniac이다. 나는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보이그룹 노래에 대한 정복 욕구가 강한 편이다. 지금까지 연습한 것도 인피니트, BTS, 슈퍼주니어 등 남자 노래에 치중되어 있었다. 가끔 여자 것도 하긴 하는데 금방 시들해진다. 아무튼 Maniac은 작년 3월에 나온 이후로 종종 들었는데, 최근에 훅 관심이 생겨 무대 영상을 보다가 "이거다" 하고 삘이 왔다.



나는 안무를 딸 때 무대영상, 연습실 영상, 메인댄서 직캠 이렇게 3가지 영상을 본다. 안무를 기초부터 세부적으로 쌓아 올리는 건 그룹의 메인댄서 직캠을 보면서 연습한다. Maniac은 리노 직캠으로 연습하기로 했다. 마음에 들기는 현진 직캠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는데 앞사람에 가릴 때가 많아서(...) 메인댄서 영상을 토대로 안무를 익힌 다음엔 연습실 영상을 보면서 안무 공백을 채워넣고 동선 감을 잡는다. 어차피 혼자 추는 거니 동선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동선 따라서 추는 거랑 제자리에서 추는 거랑은 흥의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어느 정도 춤이 완성되면 무대영상으로 넘어간다. 무대영상을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나도 같이 무대를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까 무대영상은 안무 따는 용도라기보다는 춤에 몰입하는 용도로 쓴다. 재작년에는 블랙핑크 Pretty Savage를 이런 식으로 연습했었는데 지금까지도 종종 추면서 희열을 느낀다.



원래는 그냥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연습해서 안무를 천천히 완성했는데 이번 Maniac 연습에는 기한을 둬 볼까 싶다. 1월 안으로 안무를 완벽하게 체화해서 2월 중으로 연습실에서 안무 영상을 찍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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