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미워했는데
헬스를 시작했다. 늘 해 보고는 싶었는데 바빠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녁시간이 고정적으로 비게 되자, 이 시간을 무엇보다 운동에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헬스는 다들 하는 거니까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헬스장에 등록해서 언제든 마음껏 운동하고 씻고 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안정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제 3일차인데 조금씩 재미붙이는 중이다. 헬스 자체에 대해서 자세히 쓸 건 아니고, 몸을 바라보는 내 시각과 헬스가 여기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나는 기억하는 한 꽤 어릴 때부터 내 몸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다. 통통한 편이라면 통통한 편이었고, 스스로 느끼기에 라인이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 같았다. 갈수록 내 몸이 싫어지게 됐다. 여기서 몸에는 얼굴도 포함이다. 그러다 보니 거울을 바라볼 때 그냥 자연스럽게 보지를 못한다. 약간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뜸을 들이다가 거울을 본다. 지금까지도 이게 습관이다. 그리고 거울 속 내 모습에 상당히 집착하게 된다. 내 모습이 유독 못나보이는 날엔 뭔가 모르게 주눅든다. 스스로에게 설정한 외모적인 기준에 도달해야만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헬스를 통해 내 몸을 사랑하는 법을 비로소 배우기 시작했다. 운동하는 시간 동안은 내가 내 몸을 온전히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 치장하지 않고 편안한 운동복을 입은 상태이니, 평소 습관처럼 스스로 외모 평가를 하는 것도 운동할 때만큼은 안하게 된다. 그 상태에서 몸을 적극적으로, 열성적으로 가꿔주는 행위가 바로 운동이다. 트레드밀을 뛰면서 몸의 무게를 느껴보기도 하고, 페달을 밟으면서 종아리 근육이 화해지는 경험도 해 보게 된다. 새로운 상대방을 알아가듯이 내 몸을 객관적으로 알아가고, 그렇게 파악한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살찐 나도 나, 살이 안 찐 나도 나, 다 나고 다 사랑스럽다고.
원래 내가 건강 관리를 하는 방식은 상당히 뭐랄까, 비인간적이었다. 특정 몸무게, 예를 들어 45kg를 목표치로 설정하고 여기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지속적인 몸무게 유지가 불가능했다. 특정 수치, 특정 형상을 강요하기보다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먹고, 어떤 음식을 고를 것이며, 운동의 주기와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내 일상과 조화를 이룰지, 그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평생을 같이 산 몸이지만, 관점을 달리하니 조금 낯설기도 하다. 늘 씨름해왔던 자기사랑의 문제의 해법이 운동에 있었다니. 운동은 꾸준히, 앞으로 쭉 가져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