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Mar 12. 2023

더 늦기 전에.

'많이'가 아닌, '제대로' 먹기

요즘 거울을 보기가 살짝 민망하다.

식이습관에 신경 안 쓴 지 조금 됐는데, 거기다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다 보니 살이 조금씩 불어났다.

보이기도 하고 느껴지기도 하니 여러모로 신경쓰이고 불편하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지 못하는 것도 싫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도 싫다.

야속하게도 날은 급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요즘 내가 밥이나 간식을 먹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게걸스러운 편에 가까웠던 것 같다.

회사에서 점심먹을 때 정량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밥과 반찬을 푸고, 남기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다 먹어치웠다.

적당히 받아도 충분히 배부를 텐데, 일상의 낙을 음식에서 찾는 오랜 습관 때문에 맛있는 걸 보면 눈이 돌아간다.

어릴 때 가족들로부터 숨어서 폭식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음식이 아닌 다른 것으로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점차 체득하면서 많이 고쳐졌다.

그래도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아직 그 모습이 조금은 남아있는 듯하다.

오늘 친한 동생을 만나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었는데, 굉장히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고 소량으로 나와서 조금씩 음미하며 맛보았다.

이렇게 음식을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먹어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싶었다.

그 순간만큼은 음식을 대하는 내 모습이 흡족했고, 앞으로의 생활에 적용할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음식을 대하는 내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양을 무턱대고 줄인다고 식습관이 나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 자신에게 가혹해지는 것이 아닌, 오히려 나 자신에게 최대한 솔직해지는 방법이다.

금요일 밤, 왠지 기분은 내고 싶은 밤에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했을 때,

기분내기 가장 쉬운 방법은 야식을 먹는 것이다.

다음날도 쉬는 날이니 왠지 금요일 밤 야식은 내 몸도 암묵적으로 허용해줄 것만 같고.

물론 어쩌다 한번씩 야식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고정적인 이벤트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날따라 속이 더부룩한데 기분을 내고 싶다는 이유로 억지로 음식을 밀어넣지 말자는 것이다.

꼭 뭘 먹지 않아도 충분히 쉬며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사실 먹는 것 말고도 여가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평소에 많이 생각해놨다. 독서, 글쓰기, 필사, 춤, 노래, 산책 등...

그런데 간식 먹는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이게 되면 몸이 무거워지면서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싸그리 못하게 된다.

말하자면 음식에 내 삶이 매이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궁극적으로 음식을 자유롭게 조절해서 먹고,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하다.

회사에서도 밥을 굳이 그렇게 많이 받아 먹을 필요가 없다.

어쩌면 나는 밥을 많이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고 싶었던 것일 수 있다.

그런 심리라면 과식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먼저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스트레스 받을 때 자동적으로 음식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비롯한 여러가지 대안을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다.

회사에서 아침, 점심을 무료로 주니 이런 측면에 있어서 참 감사하다.

영양 균형이 잘 맞게끔 식단이 짜여져 나오니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다.

혀의 즐거움만 생각하지 말고, 전체로서의 내 몸이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를 생각하며 건강하게 먹는 기쁨을 차근차근 알아가야겠다.

데이트나 약속 갈 때도 되도록 균형 있게 식사할 수 있는 가게 위주로 알아보고.

글쓰다 보니 작은 목표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좋아하는 야채 3개 이상 찾기'다.

반찬으로 나물, 샐러드가 나오면 의도적으로 신경써서 먹어보고, 가끔 포케나 샐러드 가게도 다녀보면서 야채를 먹는 즐거움을 알아가려고 한다.

지금 생각나는 건 오이다. (내 남자친구는 질색하는)

간식으로 과자보다는 오이와 당근을 먹는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으로서는 머리 끝까지 스트레스 받으면 야채고 뭐고 이성을 잃고 편의점에서 과자 털어와서 해치울 게 뻔하다. 이런 싸이클을 멈추고 싶다는 것.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

지금 체감할 수 없어도, 내가 먹은 것들은 하루하루 축적되어 내 몸을 구성한다.

그러면서 건강상태가 서서히 바뀌어간다.

먼 훗날 후회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습관을 만들어야겠다.

몸이 망가져도 다른 몸으로 갈아끼울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니 지금부터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해주어야지.

뭘 먹더라도 그런 마음으로 먹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