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에서 삼남매와 함께 -옥수수 지옥 편-
내 나이 서른 여섯.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가 풀타임 아빠로 자리잡은 지 반년이 조금 넘었다.
그리고 지난 1월, 우리 집 다섯 가족은 서울 용산에서 강원도 양양으로 이주했다.
9살, 6살, 3살 세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바닷가 라이프..아름답고 시원한 바다와 따스한 햇살..은 사실 차가운 칼바람과 작열하는 태양이었으니..
주변에서 양양행을 처음 접할 때 '....?' 하는 반응이 당연하게도 가장 많다. 나와는 1도 상관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겠지. 그런데 왜 양양이냐고 묻는다면 역시..아름답고 시원한 바다와 따스한 햇살……
이렇게 스스로에게 속아서 온 양양에서 삼남매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하나씩 써볼까 한다.
최근 아내 직장 동료의 시댁이 초당옥수수 농사를 한다며 공구를 했더랬다. 한 박스 열 개들이를 이틀에 걸쳐 세 박스씩, 총 여섯 박스나 샀다.
첫 세 박스 중에 둘은 서울 지인들에게 선물로 보냈는데 우체국 직원분이 파업 중이라 걱정이라며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줬다.
“옥수수는 금방 상하는데…우체국에선 책임 안져요..”
그래서 나머지 옥수수는 집에서 소비하기로 했다.
난 그렇게 옥수수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선 왕냄비에 채반을 놓고 옥수수를 몽땅 쪄버렸다. 찐 옥수수가 무려 마흔 개..그런데 단번에 옥수수를 열 한 개나 먹어버리는 그 분들..오...
문제는..나는 집에서 돌아다닐 때 발바닥에 자잘한 게 밟히는 걸 매우 좋아하지 않는다. 옥수수는 방바닥 청결론자들에겐 바이러스와도 같은 존재여서 결코 환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우리집은 온통 옥수수수염과 옥수수 알갱이가 안 떨어진 곳이 없다. 그들은 옥수수를 먹으면서도 움직이고, 말하길 멈추지 않기 때문에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옥수수를 집안 곳곳에 퍼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번 웃으면 옥수수알 두 개..한 번 움직이면 옥수수수염 다섯 가닥..옥수수가 우수수...수수수수수ㅜ수수...
치숴도 치숴도 끝시 섮는 속수수싀 세계로 나는 빠져드는 것시다.
더군다나 옥수수는 바닥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아...
하지만 그래도 나는 꿋꿋이 치운다. 그들이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으로 집을 비운 사이..그래야 내가 살 수 있어..
아직도 냉동실에는 옥수수가 서른 개 가까이 들어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손도 그리 많이 가지 않고, 건강한 간식거리인 옥수수는 참 좋은 녀석이다. 아니...생각해보니까 손은 많이 가는 거였지...
아내 직장 동료의 시댁 옥수수가 빨리 다 팔려서 품절되길...
이제 양양에서 지낸 지 5개월. 아직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야 첫 여름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4계절도 지내보지 않았기에 벌써부터 뭐가 어떻다느니 할 수는 없겠지만서도..
그래도 역시 아름답고 시원한 바다와 따스한 햇살이 우릴 기다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