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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러너 Jun 24. 2021

양양일보 3

- 민호의 하루 편 -

양양일보 첫 편에서 밝혔듯이 우리 집에는 삼남매가 있다.

9살, 6살, 3살.

왜 3의 배수냐고 묻는다면 그거슨 놀라운 하늘의 뜻이었다는 것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 삼남매분들은 서울에서의 답답함을 벗어 던지고 마음껏 활개치고 계신 상황이다.

물론 그만큼 나는 체력이 고갈된다.

제로섬 게임과도 같다. 그들이 신명나면 나는 힘이 든다. 그들이 고요하면 나는 편하다.

하지만 그들은 신명나게 자라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 그렇다면 나는 힘들어야 하는 것도 자연의 섭리!!!!!!!!


자연의 섭리는 나한테 왜 이러는가?




오늘은 그 중에도 1호기, A씨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A씨는 2013년 8월생으로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셨다.


보리를 수확한 A씨

서울에서 입학한 초등학교는 제대로 다녀보지도 못하고 1학년이 끝나 버렸다…


2학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다니고 있는 학교.


그의 하루는 대략 이렇다.


- 8시쯤 : 기상

- 기상 후 아침식사

- 아침식사 중 또는 후 오늘의 용돈 확인(얼마 전부터 하루 500원의 용돈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여기서 첫번째 분기가 발생한다.


= 바로 받는다 -> 어제 쓴 용돈기록장과 용돈주머니의 용돈을 대조해보고 +500이 맞는지 확인.

= 아빠가 정신이 없어서 '이따 줄게'라고 한다 -> ..ok.


- 8시 40분 : 등교

- 1시 50분 : 정규수업 끝

- 2시 : 방과후 수업

- 2시 45분쯤 : 방과수 후업 끝


두번째 분기가 발생한다.


= 태권도로 바로 간다 -> 아무 문제가 없다.

= 문방구에 들른다 -> 분기 중 분기 발생

=> 용돈을 적당히 사용하고 태권도에 간다 => 아무 문제가 없다.

=> 용돈을 탕진한다 => 알 수 없는 뽑기 구슬 여러개와 '이게 먹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다수의 무언가 획득 => 용돈을 왜 이렇게 많이 썼는가에 대한 자책에 빠진다. => 태권도에 늦는다. => 덜덜 떨며 귀가.


오오..이런 건 여전히 파는군..


여차저차하여 태권도가 끝나고…


- 4시 : 귀가

- 귀가 후 빈둥거리기 : 둘째 B씨와 막내 C씨가 집에 오려면 아직 1~2시간의 여유가 있으므로 이 때 본인만이 하고 싶은 것을 주로 한다. 대부분 (만화)책 보기에 할애한다.


책을 좋아하는 A씨

- 5시경 : 주어진 과제 하기 싫어하기(매일 한 페이지의 국어, 산수 풀기와 한자 7~8자 외우고 시험보기의 과제가 주어진다. 이 과제를 완료해야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넷플, 유튭, 만화 보기, 게임 하기 등등의 활동이다.), C씨 귀가.


- 6시 : 아침에 용돈을 받았는지 아직 안 받았는지 확인하고 돈이 빈다 싶으면 악착같이 받아낸다. B씨 귀가.


- 6시 30분 : 저녁식사


저녁식사 후 세번째 분기.


= 귀찮지만 과제를 해치운다. -> 아무 문제가 없다.

= 귀찮으므로 계속 미룬다. -> 모두가 짜증을 낸다.


과제를 마쳤으면 당연히 A씨는 원하는 활동에 착수한다.


하지만 미뤘을 경우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

A씨는 과제가 하기 싫은 상황에서 안 하면 원하는 활동을 못 하고, 그런데 또 과제를 하기는 싫으니까 짜증이 난다.


나는 그렇게 짜증이 나면 빨리 끝내고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 하는데 이미 귀찮음병에 빠진 A씨는 바닥에 붙어서 흐느적거리고 연필 들고 지우개 찾다가 그 사이 또 연필 잃어버리고 연필 찾다가 또 지우개 잃어버리고 또다시 지우개를 찾는다면서 공책은 어디 있냐고 투덜거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혼이 난다.


그 와중에 B씨는 형은 왜 숙제를 제대로 안 하냐면서 구박을 한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해야지'


폭발한 A씨는 B씨에게 묻는다.


'이백 더하기 천이 뭔지 알아?!'


B씨는 호기롭게 답하지.


'이백천!!'


오.............


C씨는 이 와중에 모든 것을 파괴하고 다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A씨의 과제 마무리 시간은 8시를 훌쩍 넘는다.


- 8시 30분 : 책 읽기

- 9시 : 일기 쓰기. 이 때 문방구에서 탕진잼을 본 날이라면 앞으로 며칠간 용돈을 아껴야 원상복구가 되는지 치밀히 계산한다.

- 9시 30분 ~ : 눕긴 하지만 떠들다가 혼나는 것을 수차례 반복 후 자기도 모르게 잠들기


쿨…


무울론..이것은 축약판이다.


이렇게 동생도 목마목마
과자 배식도 해주고
나랑도 놀아야지

이외에도 이렇게나 많은 일들을 한다!


그럼 여러분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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