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줍깅과 오징어홀릭 편 -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줍깅.
쓰레기를 줍다 보면 정말 별 게 다 나온다 싶다.
바다는 그래도 가능한 한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저 쓰레기들을 돌려보내려 애쓴다. 스티로폼을 자디잘게 부수고, 유리병은 둥글둥글하게 깎고, 밧줄에는 바다풀들이 뒤엉켜 자라 보려고 한다. 닭뼈는…파묻을 수고하는 노력으로 그냥 챙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낫겠다.
여하튼 그냥..너무 많아서 역부족인 듯…
이렇게 다른 곳을 떠돌다가 내사랑 송지호 해변을 좀 오랜만에 갔다.
송지호~~~
아니 이게 웬일이람… 며칠 안 왔다고..
유독 스티로폼이 많았다.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었다. 국제 스티로폼 연맹에서 바다에 스티로폼 버리기 대회를 열었던 것 같다. 연맹을 비롯한 대회 참가자들은 합심하여 깊이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시기 바란다.
환경오염을 걱정하며 만든 장난감인가…그런데 그걸 또 바다에 그냥 버리고 간단 말인가..?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중에 전에 보지 못 한 새로운 물건을 발견했다.
처음 이 물체를 발견했을 때는 순간 낭만(?)적인 공상에 빠졌다.
이것은 등대에서 사용하는 등불??인데 등대지기가 등불을 갈다가 실수로 바다에 빠뜨려서..다시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였으나 끝끝내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나는 왜 이럴까.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바라본 바,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바로 ‘오징어홀릭’
나는 왜 이럴까?
우리는 흔히 오징어가 불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징어헌터 캡틴들이 밝은 전구를 밝힌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거꾸로다!
그 전모는 이러하다.
오징어홀릭은 오징어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들의 빛은 그야말로 사랑의 빛. 오직 오징어만을 위해 빛을 내었다.
오징어들은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오징어홀릭을 향해 돌진했다. 나를 위해 저렇게 밝게 빛나 주다니.
그러나..오징어 헌터들은 이 둘의 아름다운 마음을 교활하게 이용했다!!
그리하여 오징어는 배에 올라 오징어홀릭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찰 무렵 어둡고 깜깜한 물탱크에 갇혀버린다.
실연의 아픔에 빠져 차츰 그 빛을 잃은 오징어홀릭은 무자비하게 바다에 버려진다는 것이다.
비통한지고…비통한지고…
크게 감명받은 나는
오징어홀릭을 모셔왔다.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나보다도 오징어홀릭마저 바다에 내던지는 캡틴들이 더 제정신이 아니지 않나.
오징어를 얻게 해 준 그들을 오징어의 보금자리에 버리다니?
바다만이, 오직 바다만이 바다를 치유하고 있고 우리는 바다를 비롯한 모든 것을 괴롭히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
물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