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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trolfind Jan 03. 2024

요즘 2030, 결혼 출산 육아 왜 안 하냐고요?

합계출산율 0.7명의 시대에 사는, 20대 여자 사람의 생각

[caution]

1. 해당 글은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 x 끊임없는 잡생각의 콜라보를 통해 탄생하였으므로

2. 뇌피셜 및 개인적인 견해로 버무려져 사실과는 거리가 멀 수 있으며

3. 머릿속에만 담아두기 답답할 만큼 생각의 양이 증가해 분출의 용도로 쓰여진 것임을 밝힙니다.

p.s) 필자는 젠더갈등을 싫어하고 결,출,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 어떠한 편항된 정치적/종교적 성향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합계출산율* 0.7명의 시대다. 4분기에는 0.6명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1+1이 2가 아니라 1/2로 반의 반토막이 난 상황인 것인데,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도 많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은 것 같다. 어쩌다 이 꼴이 나게 된 걸까? 나라에서 가임기 여성이라 칭하는 20대 XX염색체 인간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음... 원인을 알 것도 같은데!' 학업능력도 평범하고 가방끈이 길지도 않은 나의 소견에도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데 저기 훌륭하신 분들은 모른 척을 하는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뭐... 어느 쪽이든 심각한 건 매한가지지만.

*출산율과 출생률의 개념이 다른 관계로 '출산율'로 서술하겠음.


 최근 내 또래의 지인들과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나누었다. 소멸까지 750년이 남았다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남은 거 아니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만큼 우리 세대에겐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고, 나라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믿음이나 희망 또한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 네 가지 챕터로 나누어 주관적인 생각을 풀어보려고 한다.



#물질만능

-돈이 전부인 세상, 훼손된 육아의 가치


 한국만큼 대다수의 국민이 <행복을 결정짓는 데 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어 자본의 맛(?)을 본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이 행복을 담보한다는 사실에는 나도 격하게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 모든 세상의 가치들 중 최상위 티어가 되니 돈이 되지 않는 모든 행위들이 평가절하를 당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가사 노동이 그렇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를 관리하고, 한 생명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키워내는 데 기여하는 중대한 일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놀고 먹는다'가 되어 버린다. (물론 가사일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되고, 주부양자 한 명 & 주양육자 한 명이 존재해야만 지켜지는 가정의 황금 밸런스는 와장창 무너지고 만다. 성별로 이 역할을 가르자는 것이 아니라 부부 중 각 역할에 더 알맞는 사람이 부양의 의무와 양육의 의무를 하나씩 맡으면 되는데,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대다수가 이 구조를 선호하지 않고 심지어 조롱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내 체감상 90년대 이후 출생자들부터는 한 사람이 한 가정을 먹여 살린다는 것 자체가 생활과 의식 측면 둘 다에서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 아직까지 잔존하는 사회적 통념에 의해 주부양자가 되는 남편의 중압감은 제곱이 되고, 주양육자가 되는 아내는 일과 육아의 병행을 위해 초인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때문에 신성한 육아 앞에 부정적인 '독박'자가 붙은 괴이한 단어가 탄생하는 것) 더구나 아내는 스스로 초인을 자처하려 해도 임신과 출산의 공백기로 인해 이전의 커리어를 이어나가기가 어렵다. 그러니 남자건 여자건 결혼하고 애를 낳고 싶겠는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역할 분담이 잘 되어 팀플레이가 제대로 굴러가도 힘든 일인데 말이다.



#평균집착

- '평균'에 집착하는 사람들, 무한 비교와 무한 경쟁


 누구나 평균 이상이 되고 싶어한다. 나도 말로는 '평균 이하여도 내가 행복하게 살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내 또래가 평균적으로 얼마를 모았는지, 나랑 같은 직종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은 얼마를 받는지가 궁금해 인터넷을 뒤적거린다. 얼마나 평균을 중요시 여기는 걸까?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싶어서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을 구경해봤다. '평균연봉' 이라는 키워드가 모바일 기준으로만 월 6,240회의 검색량을 기록했다. 확실히 적은 수치는 아니다.


 충분히 살만함에도 -하고 싶은 거 어느정도 하고 먹고 싶은 거 어느정도 먹으면서 살 수 있음에도- 내가 아는 사람이나 나와 비슷한 사람이 더 잘 나가는 것 같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밀려온다. 스스로가 어느정도 비교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함께 불행할 바에 혼자 불행한 게 낫겠다', '내가 평균 이하의 삶이니 우리 아이도 평균 이하의 삶을 물려받겠지'라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 버린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의 기준이 자신 내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며 '평균 이상'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평균을 넘어서면 또 다른 세계의 평균이 있기에, 사실상 평균 이상이 되기 위한 노력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임에도.



#서울민국

- 모든 인프라와 일자리가 서울에, 서울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들


 이 챕터엔 나의 설움이 어느정도 끼어 있으니 그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한다. 일단 내가 대구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이 곳 기준으로 말을 하자면... 일 할 데가 진짜 정말 끔찍하게도 없다.


 나는 마케팅이 하고 싶었다. 운이 좋게 여차 저차 흘러와 지금은 지방에서 마케터로 근무 중이긴 한데, (이 사연이 혹시라도! 궁금하다면 필자의 야매 자서전 을 참고해보시길.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안 나왔지만...) 단지 내가 서울에 안 산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려 했던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왜냐면, 대구에는, 마케터로, 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msg 좀 쳐서 한 손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기 때문.


 대구의 인구는 약 230만명이고 그 중에 20대가 28만명, 30대가 27만명 정도다. 나는 대체 이 많은 청년들이 무엇을 해서 밥을 벌어먹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정말 많다. 그 정도로 일자리의 선택지가 넓지 않다. 내 주변만 봐도 공무원, 공기업, 사회복지사, 교사와 같은 공직자 내지 세미 공직자가 대부분이고 사기업이라고 해봤자 은행이나 병원, 제조업 (병원이나 제조기업은 문과 인력 거의 필요 없음) 정도다.


 반면 서울에는 갈 회사가 (내 기준) 차고 넘친다. 물론 서울에도 일 안하고 노는 청년은 많지만 그들에겐 분명 지방러보다 선택지가 많다. 나도 서울에 살았으면 이직을 두어번은 더 했을거다. 사람이 몰린게 먼저인지, 기업이 몰린게 먼저인지 선후관계는 파악할 수 없지만 포화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과 인구 밀집에 의한 수준 높은 인프라와 뛰어난 문화 예술 접근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는 지방 사람으로 하여금 서울 살이를 갈망하게 만들고 서울 사람을 절대 떠날 수 없게 만들지만 서울은 주거 문제, 교통 체증, 경쟁 심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듯 보인다.


 서울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 속 미친 집값과 물가에 제 몸 하나 챙기기도 바빠 결,출,육을 포기하고 지방 청년들은 먹고 살 방법이 없어 결,출,육을 포기하거나 서울로 상경해 서울러들과 동일한 테크를 탄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울민국이 된 것이 이 저출생 릴레이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성장환경과 개인주의

- 애 낳아서 쌔 빠지게 키워도 과연 혼자보다 행복할까?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결혼 출산 육아는 인생의 필수 코스였고 그 사이클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어딘가 하자있는 인간으로 비춰지곤 했다. 그만큼 가정을 꾸리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님에도 자의든 타의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클릭 몇 번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기에, 덜컥 엄마 아빠가 되어버린 우리의 부모님들은 당연하게도 현 시대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부족함이 많았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결코 우리 부모님들을 탓하는 건 아니다) 나는 꽤나 자주, 이러한 부모님들의 서툶에 정서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또래들을 목격하곤 한다.


 사람은 보고 자란 것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인생사 어떻게 매번 행복할수만 있겠냐만은, '우리 가족은 정말 화목해'라는 생각의 빈도보다 '이 놈의 지긋지긋한 집구석 빨리 탈출하고 말지'라는 생각의 빈도가 많았다면 자연스레 그 지긋지긋한 집구석을 만들지 않는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조정하고 싶지 않을까. 더구나 대과거처럼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전제도 없는 세상이니, 괜히 아이를 낳아서 나도 아이도 불행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자식들은 자신이 부모에게 가져다 준 행복보다 고난과 부담감의 크기가 더 크다고 여긴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 세상에서 나 때문에 부모님이 행복해 하는 것보다 걱정하고, 고민하고, 애를 먹는 광경을 더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에서 핵개인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며 나 개인의 중요성과 자율성이 점점 커졌으므로,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혼자 살기'가 선택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자기들 애 키우는 걸 왜 나라에서 도와줘야 해?"

"애는 그냥 낳아 놓으면 알아서 크는데 너무 지레 겁을 먹는 거 아냐?"

"요새 애들은 배가 불러서 그래!"


 그렇다. 아니 그랬다. 특정 세대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저 시대가 바뀌었고 그들은 그들이 살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이니까. 하지만 바뀐 이 시대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의 중심이 되는 세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게 맞다.


 자식이 주는 행복은 거대하겠지만 지금 2~30대에게 그 행복은 와닿지 않는다. 아직 겪어보지도 않았거니와, 윗 세대에게서 일종의 실패 사례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희미한 행복의 가능성에 내 모든 인생을 갖다바치기엔 우리는 너무 똑똑해졌다.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먹고 살아가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음과는 거리가 멀고 청년들은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세를 키우고 싶지 않은 건 어쩌면 동물적인 본능일지도.


 앞서 이야기한 네 가지 주제 외에도 젠더갈등이나 임금 수준 격차의 확대, 늦어진 사회 진출, 가정을 꾸리는 것 외에도 세상에 재밌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 등등등... 결혼과 출산을 안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지만 해야 할 이유는 마땅치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 글의 초입에서 말했듯 나는 결혼, 출산, 육아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어도, 이 일련의 과정들이 내 삶에 있어서 몹시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건 확신할 수 있으니 말이다.


 뭐든지 high-risk, high-return 아니겠는가. 답 없어 보이지만 나는 내 자식에게 주어질 한국 사회가 최악이라고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비교를 하든 경쟁을 하든 어쨌든 각자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는, '세상을 잘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이고 나 또한 이 땅에 태어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자식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소비의 즐거움, 일에서의 성공, 사랑의 성취에서 오는 짜릿함을 가뿐히 뛰어넘을 어마어마한 행복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수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인간으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가장 가치로운 일인 한 생명을 만들고 키운다는 것에 사람들이 지나치게 냉소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자식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이 세상 모든 사랑 중 가장 압도적일 것이다. 비교와 완벽주의는 조금 내려놓고 내 인생을 가장 가치롭게 해 줄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암울한 말 잔뜩 해놓고 억지 행복회로 돌리는 것 같지만 뭐... 억지로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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