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bbin Chang Feb 11. 2022

생닭값은 그대로인데 치킨값은 왜 오르나?

Price: 가격 설정과 마케팅 전략


한국인의 치킨사랑은 유별납니다. 그 옛날 ‘영양센타’의 전기구이 ‘통닭’에서 시작된 한국 치킨은 이제 유명 브랜드만 따져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 거대한 프라이드치킨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귀한 손님이나 와야 잡을 수 있던 씨암탉이, 아버지 월급날에 한 번씩 먹는 전기구이 통닭이 되더니, 이제는 친구랑 가볍게 한잔을 하거나 야구를 관전하면서, 심지어는 자기 전 출출할 때에도 손쉽게 시켜먹는 말 그대로 ‘국민 간식’이 되었으니, 치킨은 현대 한국의 경제발전을 대변하는 유서 깊은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이기 때문일까요? 프라이드치킨의 가격 인상은 언제나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곤 합니다. 생닭 가격과 프라이드치킨 가격의 차이를 논하며 준엄한 비판을 가하는 신문기사는 정기적으로 기고되는 칼럼처럼 느껴질 정도이지요. 모든 회사들이 대단히 죄송하지만 원재료값의 인상으로 어쩔 수 없이 치킨 가격을 올린다고 하니, 모르긴 몰라도 생닭과 치킨 가격은 큰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생닭값이 떨어져서 치킨값을 내리겠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원가는 올라갈 때만 관계가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요.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원가와 가격이 따로 노는 일이 치킨값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치킨의 단짝 친구 맥주만 해도 맥아값이 오르거나 내린다고 하여 맥주값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물값이 올라서 음료수 가격을 올린다든가 쌀값이 내려서 공깃밥 가격이 내려갔다는 이야기도 듣기 힘들지요. 먹거리를 벗어나 시야를 넓히면 더더욱 ‘원재료값 변동’이라는 핑계로는 이해하기 힘든 세계가 펼쳐집니다. 자동차는 대부분 강철판으로 만들어졌지만 철값이 올라 차 가격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파트는 누가 뭐래도 시멘트 덩어리이지만 시멘트 가격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도 금시초문이지요. 대체 ‘원가 인상의 압력에 못 이겨’ 가격을 올린다는 회사들은 그렇게나 많은데, 원가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상품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침 뉴스를 보며 가격을 올린 교촌치킨을 원망하다가도,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교촌오리지날과 교촌레드오리지날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진: 교촌치킨)


고객이 지불하는 것은 판매자의 비용이 아닌 상품의 가치

사실 원가, 정확히는 원재료값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가격을 결정지을 정도로 압도적이라 하기도 힘듭니다. 치킨과 같은 외식산업의 경우 매출액의 30% 정도가 원재료 구매비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이 업계의 회사들이 대개 5~10% 전후의 영업이익률을 가지고 있으니 사실 매출의 60%에 달하는 금액은 원재료가 아닌 다른 제반 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원재료만 해도 닭 이외에 여러 가지가 있을 테니, 사실 생닭 가격이 오른다 해도 다른 노력을 통해 판매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닙니다. 즉, 생닭값이 오르든 내리든 그것이 프라이드치킨값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는 어렵지요. 게다가 언론이나 회사들이 매일 원가 타령을 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 소비자들은 상품의 원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고객들이 실제로 신경 쓰는 것은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의 브랜드, 품질, 대중의 평판 등으로 이루어진 상품의 가치와 그것을 얻기 위해 희생하여야 하는 자신의 비용, 즉 상품의 가격 및 구매에 드는 노력입니다. 상품의 ‘원가’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 상품이 고객이 생각하는 적절한 ‘가격’이 아니라면 고객은 상품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생닭값이 10만 원까지 올랐으니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에 20만 원을 달라고 하면 아무도 치킨을 사먹지 않겠지요.


이런 식으로 상품을 만드는 비용은 높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상품의 가치가 그에 미치지 못해 상품으로 개발되지 못하거나, 개발되더라도 실패하는 예는 실제로도 많습니다. 최근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이어폰도 이러한 예이지요. 사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상당히 유서 깊은, 수십 년도 전에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오래된 기술인 만큼 기술적인 난이도 역시 그다지 높지 않아 어느 정도 좋은 제품을 만드는 오디오 회사라면 어렵지 않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이어폰을 만들 수 있지요. 하지만 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최근에 와서야 시장에 많이 보이는 이유는 원가 자체가 비싸 상품의 가격이 과도히 높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이어폰에 비해 노이즈 캔슬링이 들어간 이어폰은 여러 가지 민감한 부품들의 조합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보통 이어폰의 두세 배는 되는 가격을 받지 않으면 적절한 이윤을 남기기 힘들지요. 하지만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그래 봤자 결국 이어폰'인 상품에 두 배, 세 배나 되는 가격을 지불하고 살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소음이 많으면 그냥 볼륨을 크게 틀거나 조용한 곳에 가면 그만이지요. 애초에 정말 좋은 음질을 즐기고 싶다면 헤드폰이라는 더 나은 옵션도 있습니다. 즉,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원가를 생각한다면 보통 이어폰의 몇 배나 되는 가격이 과도하다고 하기 어렵지만, 소비자들은 그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에어팟의 성공과 함께 프리미엄 이어폰들이 시장에 등장하자 십만 원이 훌쩍 넘는 이어폰을 구매하는 것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지요.


‘매출액 = 가격 x 판매개수’를 잊지 마라

즉, 프라이드치킨의 가격, 혹은 다른 모든 상품들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이유는 대부분 원가 때문이 아니라 매우 단순하게도 그 가격에 그 상품을 예상한 판매 수량만큼 팔 수 있다는 확신, 다시 말해 매출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치킨 가격을 18,000원에서 20,000원으로 올린다고 하면, 가격 인상 전에 100개를 팔던 치킨집은 가격을 2천 원 올렸음에도 최소 90개를 팔아야 같은 매출 규모가 유지됩니다. 가격 인상으로 인해 옆 치킨집으로 갈아타는 고객이 10명 이상이 된다면 가격 인상은 실패한 전략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결국 이 치킨집은 가격을 인상해도 이탈하는 고객수가 10명 미만이라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에 가격을 인상한 것입니다. 가격을 인하한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20,000원짜리 치킨을 18,000원으로 인하한다면, 같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은 양을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지요. 만약 내린 가격을 만회할 만큼의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인심 좋은 치킨집이라는 소리는 들을지언정 폐업을 걱정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마케터는 반비례 관계에 있는 가격과 판매량 사이에서 최적의 밸런스를 찾아 매출을 극대화하는 지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수없이 많은 경쟁사들은 우리가 마음대로 높은 가격을 설정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어설픈 고가 전략을 펼치다간 경쟁사에게 판매량을 몽땅 갖다 바칠 수도 있지요.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닙니다. 마케팅은 물론이고 판매량을 충분히 늘릴 만큼의 생산력과 유통력이 없다면 매출 목표를 달성할  없겠지요. 게다가 시장은 생각보다 더욱 험악한 곳입니다. 업계  회사들이 모두 가격을 높게 설정하여 다른 업계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면, 순식간에 다른 업계의 새로운 회사들이 더욱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침투하려  것입니다. 새로운 진입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시장이라면, 고객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나버리는 일도 허다하지요. 시장은 상품을 가치에 적절하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내버려두는 어수룩한 곳이 절대 아닙니다. 때문에 마케터는 어떤 고객이  가격에 우리의 상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려 한다면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여러 가지의 이유가 필요합니다. 꾸준한 투자와 노력을 바탕으로 키워낸 우리 회사의 브랜드를 고객들이 특별하게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어느 정도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도 판매개수가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겠지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패키지를 일신해 새로운 느낌을 전달함으로써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격 인하의 경우에도 어떤 유통 채널을 새로 개척하여 판매량을 늘릴  있을 것인지, 기존 가격으로는 우리 상품을 구입하지 않던 고객들을 어떻게 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설득하여 구매로 연결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지요. , 마케터는 수많은 경쟁사들과 대안 상품들 사이에서 우리의 가격이 고객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비싼 상품을 싸구려 패키지로 포장하여 소비자에 실망감을 안겨서도 안되지만,  맛에 사는 저렴한 상품에 쓸데없이 고급 이미지를 씌워 판매량을 떨어뜨려서도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가격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가격이 직접 우리의 슬픈 이야기를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사진: 서울신문)


가격은 우리 상품의 가치를 재는 척도입니다. 하지만 가격은 자에 새겨진 눈금처럼 단순한 숫자는 아니지요. 가격은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품질에 대한 자신, 브랜드의 품격, 우리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그 안에 들어있습니다. ‘편안하게 시험해보세요’, ‘많은 분들이 즐기셨으면 합니다’, 혹은 ‘우리 상품이 타사 것보다 더 좋은 상품입니다’라는 말을 들려주기도 하지요. 우리의 상품 앞에 붙은 가격표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마케팅 채널이자 전략인 것입니다. 단순히 원가에 마진을 붙인 밋밋한 이야기로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겠지요. 우리의 상품과 광고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듯, 가격 역시 고객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의 한 축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가격은 소비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까?

작가의 이전글 세븐일레븐은 왜 단돈 천 원에 커피를 파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