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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May 06. 2022

해찬들 고추장은 왜 온라인 판매를 안 하나?

Place: 유통 전략과 시장 침투


눈 깜짝할 사이에 21세기가 된 지도 어언 20여 년이나 지나버렸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21세기의 세상은 이럴 것이라고 상상하며 그려놓은 이미지들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현실이 된 디지털 혁명은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 스며들었지요.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없이 많은 일들을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뉴스를 보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만화를 읽거나 음악을 감상하고 영화를 볼 수도 있지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결합은 디지털 기기 바깥의 세상마저도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맛있는 치킨을 배달시키거나 쇼핑을 즐길 수도 있고, 마트에 가서 사 와야 할 물건들을 손쉽게 배달시킬 수도 있지요. 정말 이제는 우리의 생활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빼고 무엇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디지털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도 꽤 많은 회사들은 자신의 상품들을 전통적인 방식대로 마트에서 파는 것만을 고집합니다. 생선이나 과일 등 신선식품들이 대표적이지요. 몇몇 이커머스 업체들이 온라인에서 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마트에서 신선한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여 사는 것이 일반적인 소비행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마트에서만 파는 상품들은 신선식품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고추장이나 된장처럼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도 마트에 가야 찾을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치약이나 칫솔, 혹은 세제나 휴지 등 생활 소비용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품들은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해도 쿠팡 등 전문 이커머스 업체에 입점한 매장이나 롯데, 신세계 같은 유통회사들이 운영하는 마트의 온라인 몰에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제조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자사 웹사이트에 온라인 쇼핑몰 하나만 척 만들어 둔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유통회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충분히 더 높은 수익을 올리며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혁명으로 세상이 뒤바뀌고 있는데 온라인 쇼핑몰 하나 운영을 못해서 20세기의 유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니,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회사들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지요. 정말 이 회사들은 그저 고지식한 아날로그 회사들이기 때문에 21세기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집 장독대에서 마트로 자리를 옮겨갔듯, 이제는 전통의 대명사 고추장도 슬슬 인터넷에 한 자리를 마련할 때가 된 듯해 보입니다. (사진: 뉴시스)


할 일은 정해져 있다 - 내가 할 일인지 남이  일인지를 판단하라

물건이 만들어져 소비자의 손에 건네지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농부가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 맛있는 쌀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논밭에 있는 곡물이 저절로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요. 마찬가지로 제조업체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소비자에 손에 전달되기까지는 적절한 유통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보통 이 유통 과정에서는 ‘물류’, ‘판촉’, ‘정산’, ‘소비자 관리’의 네 가지 기본적인 역할이 수행되어야 하지요. '물류'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제조사의 공장에서 마트 등의 판매처까지 상품을 이동하는 것 이외에도 판매처의 판매에 지장이 가지 않는 적절한 재고관리 및 발주 과정을 수반합니다. '판촉'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행사나 세일뿐만 아니라, 판매 현장에서 상품을 알릴 수 있는 광고물이나 가격표 부착, 혹은 소비자들이 쉽게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진열하는 것도 포함되지요. '정산'은 소비자에게 대금을 받고 제조업체에게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결제수단을 이용하지요. 신용카드나 각종 페이, 온라인 쇼핑이라면 핸드폰 결제 등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수단을 통해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합니다. 상품을 구매했다고 끝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변심해서 상품을 환불하거나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상품에 하자가 있어서 불만을 터뜨릴 수도 있지요. 판매 이후에도 '소비자를 관리'해야 하는 것은 판매를 하는 업체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즉, 이 네 가지 영역의 업무는 상품을 제조한 이후 소비자의 손에 상품이 건네지기까지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서는 수행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업무입니다. 우리가 비용을 줄이고 싶다고 없애버리거나 혹은 다른 것에 집중한다고 하여 건너뛸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닌 것이지요. 결국 이 네 가지의 일을 우리가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협력업체에게 얼마나 위임할 것인지가 바로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유통전략의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누구에게 얼마나 맡길 것인지에 따라 우리가 유통망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질 것인지, 그리고 유통망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할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선택과 집중

이 모든 업무를 우리가 직접 하려고 한다면 당연하게도 우리가 유통 과정에서 갖는 파워는 막강해집니다. 다른 업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우리 상품의 유통과정이 방해를 받는 일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내가 만든 고추장을 집 앞에 가게를 열어 직접 판매하는 것이 이러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고추장을 유통하는 마트가 상품을 구석진 곳에 진열하는 바람에 타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일도 없고, 우리 상품을 운반하는 화물차들이 파업을 한다고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원하는 때에 고추장을 만들어서 집 앞의 우리 가게에 진열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협력업체의 강점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내가 하루에 고추장을 100개씩 만들 수 있는데 우리 집 앞에 지나가는 사람은 하루에 열 명도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고추장을 많이 만든다고 한들 아무 의미가 없겠지요. 읍내에 있는, 하루 방문객이 만 명도 넘는 슈퍼마켓에서 1%의 고객만이 우리 고추장을 산다고 하여도 이미 나의 생산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유통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우리가 담당하여 우리의 이득을 보호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전문 유통업체를 이용하여 그들의 강점을 취할 것인지, 심지어는 유통에 대한 모든 것을 잊고 싹 다 맡겨버리는 길을 택할 것인지도 전략적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고추장 회사, 혹은 다른 많은 회사들은 유통 과정을 전문 유통 업체에게 일임하고 제조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전략은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택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이지요. 이렇게 회사가 제조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 회사는 효율적인 생산, 신제품 연구개발, 그리고 상품과 연계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게 됩니다. 자연히 이러한 회사들은 유통과 관련된 인력이나 노하우는 전혀 갖고 있지 않지요. 때문에 디지털 혁명이 일어난 지금이라고 한들, 갑자기 제조 회사들이 내일부터 뚝딱 유통에 손을 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이야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에 손쉽게 물건을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사실 그 뒤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이라고 해도 쇼핑몰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실질적으로 상품을 옮기고, 대금을 결제할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환불이나 교환 등 소비자의 불만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일이지요. 게다가 회사가 충분한 자금과 시간이 있어 이러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인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온라인으로 쉽게 물건을 팔 수 있게 되었다 해도, 제조사의 입장에서 더욱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은 상품의 생산과 개발, 그리고 마케팅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지요. 유통을 담당할 인력을 새롭게 채용하고 경영자와 조직 전체에 '유통'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얹을 만큼 비즈니스적으로 충분한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 대신 로봇이 일한다고 해서 일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medium.com)


디지털 혁명이 유통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은 것은 분명합니다. 소비자들의 행동과 습관도 변화하고 있지요. 나이키, 로레알 등의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이 자사몰을 구축하고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드론이나 무인 자동차같은 신기술들이 가져올 또다른 유통의 변화도 기대되지요.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유통이 수행해야 할 네 가지 임무는 변하지 않고 남아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통 전략도 단순히 ‘다들 그러니까’ 혹은 ‘지금까지 그랬으니까’가 아닌, 우리의 강점을 돋보이게 하고 약점을 보완해줄 최적의 선택을 찾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겠지요. 여러분의 유통 전략은 어떻습니까?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는 어쩌면 늘 당연하게 생각하고 미루어두었던 유통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꺼내볼 좋은 기회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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