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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May 27. 2022

티파니는 왜 자꾸 희한한 매장을 만드나?

Place: 브랜드 전략과 유통


디지털 혁명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매장에 가야만 물건을 살 수 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이지요. 온라인으로 살 수 있던 상품들의 종류도 처음에는 그저 유통기한이 긴 공산품 몇 가지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상품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의 생활 습관도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였지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한 후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든가, 온라인에서 가격을 따져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등,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다양한 가격 정보를 검색하고 할인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오프라인 매장들도 온라인에서 다양한 행사를 알리거나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지요.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합니다. 온라인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던 시절,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은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망하게 할 것이라며 비명을 질렀지요. 판매하는 품목을 규제해야 한다든가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게 당연해진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지요. 하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것 같아 보이던 오프라인 매장들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진 지금에 와서도 당당히 유통 채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같이 지금 당장 먹어야 하는 음식이나 음료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티파니나 룰루레몬 같이 온라인으로 구매해도 상품이 변하지 않는 회사들마저도 온라인이 당연한 시대에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고 있지요. 게다가 티파니는 일명 ‘콘셉트 스토어’라고 하여 그 매장에서만 사용하는 인테리어나 테마 등을 이용해 매장을 꾸미기도 합니다. 매장을 짓고 운영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티파니 같이 특이한 점포를 만든다면 인테리어 비용 등은 더더욱 치솟겠지요. 그렇다고 티파니가 온라인 스토어를 갖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대체 티파니는, 그리고 다른 많은 회사들은 왜 온라인 시대에도 끊임없이 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는 것일까요?


고양이 거리에 있다고 반드시 고양이 티파니일 필요는 없지만, 굳이 고양이 한정판을 만드는 것이 티파니입니다. (사진: 티파니 시부야 캣스트리트점)


브랜드 경험을 유통시켜라

비즈니스에서 유통에 대해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는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규모 있는 유통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재고나 판매에 대한 부담을 덜을 것인지, 아니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거나 온라인 쇼핑몰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최대한 많은 곳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대형마트나 백화점, 혹은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 등 유통 채널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가능한 한 모든 곳에 상품을 유통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통 전략에서 빼놓지 말고 생각하여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팔고자 하는 상품을 둘러싼 고객 경험입니다. 아무리 고급 상품이라 하더라도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곳이 창고형 디스카운트 스토어나 길거리 좌판이라고 한다면, 고객은 그 상품을 고급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겠지요. 즉, 우리가 팔고자 하는 상품의 성격과 그것을 둘러싼 고객의 경험을 고려하여 상품의 유통 채널을 결정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인 것입니다. 매일 사용하는 칫솔이야 딱히 어디서 구매하든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평생 한두 번 살까 말까 하는 고가의 반지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디서 반지를 구매하느냐는 물론, 매장의 인테리어나 점원의 태도까지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상품들일수록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유통 채널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브랜드 경험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을 더욱 중요시합니다. 타사의 유통력에 기대어 상품을 유통시킨다면 효율과 비용 면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따라서 이러한 브랜드들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직접 점포를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올바른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 힘을 쏟는 것입니다. 티파니와 같은 주얼리 브랜드는 물론, 루이뷔통, 프라다 등 명품 어패럴 브랜드, 또는 랑콤, 디올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이러한 브랜드 경험과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회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장의 힘으로 브랜드에 생기를 주입하라

이러한 생각으로 매장을 만든 회사들에게 자신들의 점포는 당연하게도 브랜드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경험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고객의 동선이나 인테리어, 조명의 위치와 접객하는 방법 등, 모든 것을 세밀하게 디자인하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시키는, 말 그대로 온몸으로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스토어들은 종종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최일선의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티파니가 비용을 투자하여 재미있고 특이한 콘셉트 매장을 계속 만들어 내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매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브랜드를 새로운 느낌으로 유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티파니라는 브랜드는 세월이 지나도 젊은 브랜드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티파니의 브랜드 이미지가 여전히 20대 초중반 여성의 악세서리일 수 있는 힘은 바로 리테일 매장을 둘러싼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유통 전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들에게 실제로 브랜드의 약속과 추구하는 방향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도 기능합니다. 캐나다의 요가 의류회사인 룰루레몬은 고객들이 건강한 운동습관을 갖게 하는 것을 브랜드의 중요한 비전으로 강조하고 있지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룰루레몬의 매장에서는 무료 요가 강습이 열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요가복을 파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객들에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강렬한 경험은 아무 메시지 없이도 고객에게 룰루레몬이 요가 업계를 선도하며 요가 보급에 적극적으로 힘쓰는 최고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합니다. 고가의 가격 정책과 함께 훌륭한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시키는 최적의 커뮤니케이션 장소로 유통 채널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훌륭한 온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꾸준하게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는 이유에는 바로 이러한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매장 영업시간이 끝나면 옷걸이를 치우고 요가 강습이 시작되는 재미있는 가게입니다. (사진: 룰루레몬 런던 웨스트필드 - www.drapersonline.com)


이렇듯 유통 채널과 그에 따른 고객의 경험은 브랜드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고객과 만나는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경험을 디자인하여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마케터의 일인 것이지요. 우리 상품이 브랜드 경험과 보이지 않는 가치가 중요한 상품이라면, 유통 전략 또한 그에 걸맞은 방향으로 디자인되어 상품의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브랜드는 결국 언제 어디서나 늘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이지요. 유통 전략은 바로 우리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장소를 택하여 전투를 벌이는 것은 전략의 기본이지요. 시장에서 성공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유통 전략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퍼즐 조각임이 틀림없습니다.



END.

그동안 '이 회사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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