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찬의 잘 먹고 잘 사는 버라이어티 생존기> 베트남편
잘 먹고 잘 사는 김만찬입니다.
여러분 안녕! 정말 오랜만에 다시 글을 씁니다.
베트남 비자를 받아 당분간은 베트남 달랏에서 소식을 전해드려요.
우리는 한국을 잠시 떠나기로 했어요. 편안한 생활을 조금 걷어내고 천천히 발자국을 확인하며 걸어보려구요.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달랏이라는 도시는 동남아에 있으면서도 고원에 위치해있어서 한국의 가을처럼 시원해요. 단풍은 없지만 두리안과 망고스틴, 쌀국수와 반미가 있습니다(?) 그거면 됐지.
우리는 달랏에 현지인 친구 June이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에어비앤비를 운영해요.
손맛 좋으신 어머니는 매일 아침마다 제공해주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마다 어떤 식사를 준비해주실지 설레서 일찍일어나는 아기새가 됩니다. 삐약.
어제 달랏에 도착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호치민에서 환승을 하는데, 예고없이 비행기가 딜레이 되기도하고 비행기에 휴대폰을 놓고 내리기도 했죠. 착륙하기 직전에 난기류를 만나서 비행기가 덩실대는 바람에 모든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항상 그렇듯 완벽한 계획이 온전히 흘러가는 날은 잘 없어.
모든 수정본에도 <최최최최최종 , 아진짜 최종 , 최최최최최최종(4)> 파일이 있듯 말이죠. 결국 계획은 수정되어야 마땅한 거야~
혹시 용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입맛에는 말이죠 코로나에 걸려서 아무맛도 냄새도 잘 느끼지못할때 먹는 키위의 맛이었습니다.한국에 계신 쩝쩝박사님들의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내어주신 아침밥은 계란이 하나 통으로 들어가고 햄과 고기도 들어가서 쌀국수의 탄수화물에 단백질까지 꽉찬 식사였습니다. 어머니는 새로운 게스트를 맞이하느라 바쁘셔서 June이 가져다줬습니다.
나중에 달랏의 야채들을 특집으로 한번 다루겠지만,한국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허브들이 많이 사용됩니다. 일본에서 우메보시를 만들때도 사용하는 적시소와 타이바질같은 민트도 있구요. 섬초같이 생겼는데 풀내음나는 허브들도 있습니다.
직접 만들어주신 짜조가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다진 돼지고기와 숙주, 버섯이 들어간것 같은데 어찌나 야무지게 팬에서 구워내셨는지 딤섬처럼 촉촉한 속재료를이 다 살아있었습니다. 같이 내어주신 미니쿠스에 올려서 느억맘소스에 흠뻑 적셔서 먹었습니다.
2년만에 다시 돌아온 달랏의 포근함에 첫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주 가던 가게들도 여전히 잘 있나 설레는 마음에 몇시간을 산책했습니다. 석탄을 삶은듯 검정색의 커피에 담배도 피우고, 안남미로 강황밥을 지어먹고, 향긋한 쟈스민차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개통하려고 했던 통신사가 문을 닫아서 자연스레 유심을 못샀고, 휴대폰과 멀어졌는데 오히려 좋았습니다. 하루종일 소비한 기록들을 정리해 가계부도 적고, 기억나는 일들도 적었습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픈데 ..
내일 아침엔 뭘 먹을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