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먹었던 그 붐비는 곱창집의 곱창에서 누린내가 나는 이유는 나도 그 집 유명하기 때문에 진득에 가서 먹어보고 실패했던 그 집이므로 그 집은 맛집이 아닐 뿐이었는데 그래서 지난주에 내가 알려줬는데도(굳이) 그 시점에 후배는 그걸 듣지 않고 실패한다. 나중에 한번 진짜 잘하는 집이라서 곱창 냄새가 나지 않는 집을 알고 잇으니 같이 가자고... 내가 굳이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후배는 나랑 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로제떡볶이? 떡볶이에 크림을 바른 음식을 같이 먹자고 하는데 그런 게 맛이 있을 리 있나? 싶은데 '그건 좀'이라고 했더니 진짜 맛집을 안 가봐서 그렇다고 핀잔을 되돌려 주는데
그때 알았다. 내가 바로 로제 떡볶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계속 권유했다는 것임을 --출처 노래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
나는 작은 회사 큰 회사 중간회사 각각 경험치도 있고 지금 회사에서도 꽤 오랜 기간 일을 해와서 후배들에게 오래도록 일하고(오래 일하는 것은 어렵다) 상사의 이쁨과 기대를 받아 회사생활이 너그럽게 흘러가고 성과를 내어 급여를 지킬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일 텐데.
내가 바라보는 후배는 자리에서 뭘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이고 힘이 빠져 보이고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방향성도 열정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냐면 열정이 있다면 맡은 일에 대해서 중간중간 무엇인가 물어볼 텐데 그런 게 없으니깐.
그럼 왜 내 조언이 후배에게 필요할 거라 생각하느냐? 후배들은 선배보다 똑똑하다. 50대 40대의 머리 굴리는 속도는 후배들보다 뛰어날 수 없는 게 신체적인 조건이며 게다가 후배들이 훨씬 스펙이 좋다 단순한 사안의 경우 바로 각 재고 덤벼들 수 있는 융통성마저 갖춰서 사실 조금만 툭툭 건드려 줘도 어지간한 난이도의 일을 해내버리더라. 그래서 나 같은 실수와 삽질과 밤샘을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굳이 하려는 것인데.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전에는 내용이 문제였고 마치 시험 전의 선배들이 제공해 주는 필기 노트가 유용하였다면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버려 굳이라는 포인트가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이 가장 큰 문제가 돼버렸다. 후배들은 선배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한다. 심지어 선배가 제시할 수 있는 사항들이 개인의 역량과 발전에 강력한 시너지를 주는 게 아닌 그저 회사에 국한된 내용으로 적응하고 업무를 비틀어 그저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 정도라면 동생들은 그저 그게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것이며 이 항목은 범용적이지 않으므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게 뻔하다.
과거에 회사가 사원들과 같이 미개척지를 같이 누비면서 좀 더 멀리 길게 많고 다양한 일들을 벌리고 다양한 기회를 발견하고 그걸 사업화하는 관계여서 계속 임직원들을 필요로 하는 관계였다면 이제는 그 관계가 변모되어 이번 항해의 목적이 이미 정해져 있고 안전하게 최대한 빨리 끝내는 노력을 경주하고 항해가 완료되면 이제 그저 흩어져서 다음 항해를 TF 팀으로 다시 준비하는 관계가 돼버려서 일 것이다. 선배들은 지금까지 회사와 함께 해와서 이후에도 항해가 끝나도 항상 다음 항해를 준비할 것이라 예상하고 지금까지 그래 왔을 것이지만 이제 진입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 무엇도 위험 투성이며 그 실패의 독주를 나도 나눠마셔야 되므로 일을 진행되는 동안에도 해독제와 다음 항해를 준비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바뀌어 선배들의 조언은 후배들에게 거의 도움이 안 되는 게 사실이 돼버렸다. 그래도 후배들이 마음에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오늘 점심에는 로제떡볶이를 맛있게 먹고(정 안 되겠으면 고춧가루 풀어서 먹든지) 맛있다고 고개를 그저 끄덕여주자. 그래도 말이 통한다고 생각한 후배가 진짜 필요한 시기에 조언을 구할 것이다. 그때에도 대부분 본인이 이야기하도록 하고 끄덕여 주자. 사실 답은 똑똑한 본인이 알고 있다. 그저 끄덕여줄 당신의 모습이 필요할 뿐일 경우가 대부분 이니깐. 다만 회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하던지 하는 범죄에 대해서만 조언을 해주자. 직책이라는 회사에서 부여한 계단만 다를 뿐 사람의 됨됨이는 각자의 영역이니깐.
그리고 로제떡볶이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