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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섭 Jun 10. 2021

구글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그곳에는 166개 프로젝트가 잠들어 있다

구글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유명을 달리한 프로젝트를 한데 모은 Google Cemetery다. Google Cemetery에는 총 166개 프로젝트가 잠들어 있다(2021년 6월 11일 기준). 온라인 공간에 마련되어 누구나 쉽게 추모(?)할 수 있다.


여기서는 구글이 해마다 몇 개 프로젝트에 실패했는지, 각각의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맞닥뜨린 경쟁자가 누구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메시지 앱 Hangouts,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Google Plus, 자체 제작 노트북인 Chromebook Pixel 등 한때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제품들이 눈에 띈다. 반면에 '흑역사'로 불릴 법한 금시초문인 서비스도 적지 않다.


The Google Cemetery 메인 페이지(https://gcemetery.co)


구글은 왜 이러한 공간을 마련했을까? 어찌 보면 IT업계 절대 강자의 여유 또는 위트로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 회사 일로 만난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는 구글 본사에서 약 7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강연을 준비하며 Google Cemetery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필자 : 실패로부터 배우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구글에는 실패한 프로젝트만 따로 모아 놓은 웹사이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황성현 대표 : 네, 그럼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문화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죠. 거기 들어가 보면 제가 구글에 있을 때 참여했던 프로젝트도 꽤 있습니다(웃음).



짧은 문답이었지만 사뭇 반가운 기색을 드러낸 황대표의 모습에서 구글의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실패는 주홍글씨, 혹은 꼬리표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문화 속에서는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는 순간, 새로운 도전으로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하드씽」의 저자 벤 호로위츠(Ben Horowitz)는 건강한 기업문화일수록 직원들로 하여금 나쁜 소식을 나누도록 장려한다고 강조한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를 공개하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포상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그렇다고 해서 마냥 문제를 제기하거나 실패를 거듭하는 상황을 반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패 중에서도 어떠한 실패가 가치 있는 실패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은 실패를 ①예방 가능한 실패 ②복합적 실패 ③창조적 실패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첫째, 예방 가능한 실패는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일례로 제조업 생산라인에서 공식적인 업무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품질 문제가 여기에 속한다. 둘째, 복합적 실패는 예기치 못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전과는 다른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다. 이는 트렌드 변화가 빠른 첨단기술이 집약된 상품, 또는 국가 차원의 경제 정책처럼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반면, 창조적 실패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도전하였지만, 그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다. 가치 있는 실패는 바로 이 창조적 실패에서 비롯된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지속성장하기 위해선 창조적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격려함으로써, 조직 차원에서 이러한 실수를 계속해서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서는 장군과 병사의 묘역이 동등하다 / 출처 : Pixabay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처럼, 사실 조직에서는 좋은 실패도, 나쁜 실패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그 어떤 실패든지 나름의 교훈을 찾아내고 구성원과 적극 공유함으로써 좋은 실패는 장려하고, 나쁜 실패는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어쩌면 이것이 구글이 한때 성공적이었던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내심 잊히길 원하는 가슴 아픈 추억까지도 한곳에 모아 놓고 기억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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