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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h J May 08. 2024

미리 써보는 유서

유서 쓰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원래 글쓰기주제가 주어지면 마감일에는 거의 완성되어 맞춤법 띄어쓰기 단어선택 등의 손만 봐주면 되는데 이번엔 반도 못쓰고 말았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걸까..

애들 생각하다 눈물 한 바가지 쏟으며 적은 유서를 깔까 말까 하다 공개해 본다.


- 미리 쓰는 유서 -


나 주정희, 한 인간으로 살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이었나 생각해 보면

그다지 정직하지 못했던 순간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곧을 정, 계집 희 이름 덕분인지 무의식 중에 곧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던 듯. 

대단히 선한 행동을 한건 없지만,

남에게 대놓고 나쁜 행동을 한 적도 없고,

결코 남을 하는 나쁜 짓은 하지 않고 살아왔으며,

태도에서만큼은 늘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신념과,

나만의 가치관을 곧고 올바르게 세우고 살아왔으니 내 이름에 감사해야 하나...


죽을 때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줄 사람 3명만 있어도 행복한 삶이라 하는데,

내게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오히려 감사하다..

한국에 있는 내 지인들 윤미, 정은, 건희, 주은, 지영, 윤정, 재숙 보고 싶구나..

평소에 먼저 연락하지 않는 성격이라 참 미안하다. 

떠올리기만 해도 울컥 그리운데 시간은 짧고, 거리는 너무 멀어 맘이 쓰린다. 

그리고 북클럽의 인연으로 만난 동생들..

책을 함께 읽는 거뿐만 아니라, 인생의 재미를 더 많이 알게 해 준.. 내 삶을 180도 변화시킨 사람들...

그들과도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하고 싶은 게 더 많은데.. 아쉬움만 남는다


내게 가장 소중한 가족들...

이제껏 늘 믿음직한 막내딸, 성실한 며느리, 부드러운 엄마, 똑소리 나는 와이프로 살아왔네..

앞으로도 그렇게 기억되길...

내가 없는 신랑이 가장 많이 걱정되긴 하지만 정신줄 잘 붙잡고 남은 인생도 편안하게 살기를...

살아가며 나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자기 덕분에 내 자존감은 내려간 적이 없어.

내가 없어 힘들어질 서류 작업, 은행 업무 등등은 이제 자기가 손에 익게 연습해봐야지.


엄마가 없어질 아이들은 기분이 어떨까?

내가 한국 가고 없을 때 혼자 버스앱으로 동선을 알아보고 멀리까지 아르바이트 가던 첫째는 아마도 나 없이도 무슨 일이든 혼자 알아서 잘할 거 같고, 그러면서 큰 형아 역할을 해주고 있겠지. 믿는다 준혁아.

잃어버리기 잘하는 애교 많은 둘째는 아마 또 뭘 많이 흘리고 다니겠지. 제일 아빠를 많이 닮아 맘이 여려서 걱정이네. 좋아하는 그림 쭉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요즘 열심히 손설거지를 도와주는 막내는 아마도 나 없으면 집안의 설거지와 청소를 자처할 것 같고, 형아들보다 백배는 용감하게 잘 헤쳐나가는 모습이 그려지네. 우리 집에서 제일 인싸인 녀석이라 걱정이 안 되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벌써 눈물이 나네..


그동안 부족한 나를 사랑해 주셔서

나를 위해 애써주셔서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나에게 감동을 주셔서

나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모두에게 행복이 가득한 날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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