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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h J May 13. 2024

옅구름이 흘러간다

문득 하늘을 보니 옅구름이 흘러간다.

**옅구름 : 먼지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에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 가볍고 평온한 기쁨의 순간


이른 새벽 5시 30분.. 침침한 눈에 reading glass를 끼고 시작되는 독서.. 노트에다 써보는 다짐들.. 중간중간 나를 일어서게 만드는 알람소리가 들린다. 요즘 들어 앉았다 일어나면 뻐근함을 느끼는 왼쪽 다리를 살짝 절며 일어나 도시락을 싼다. 또다시 알람... 벌써 둘째가 일어날 시간인가 보다

이때쯤 내려지는 첫 커피... 네스프레소의 소음을 뚫고 떨어지는 진한 에스프레소 향과 구름층과도 같은 두꺼운 크레마가 나를 깨운다..

살짝 옅구름이 흘러간다.


제일 먼저 학교로 향하는 둘째 아이를 보내고, 이어지는 첫째와 막내의 등교..

그 후에 혼자 남겨진 나는 아침 청소를 하기 전 창문을 연다. 커피 향처럼 따사로운 햇살, 새롭게 느껴지는 아침의 새소리 그리고 머리카락을 가볍게 스치는 봄바람이 나를 싱그럽게 만든다...

조용히 옅구름이 흘러간다.


나를 잘 알고, 잘 맞는 사람들과의 만남. 악기를 연주하고 있을 때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나누는 웃음 그리고 좋은 음악을 발견했을 때의 전율들.. 혼자서 문득 그 시간을 떠올려보면 미소가 번진다.

어김없이 옅구름이 지나간다..


주방에서 최고의 집중력으로 빵을 만들고 있는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세 아이가 동시에 펜으로 그림 그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평소엔 각자 그리거나, 장소가 다르거나 일텐데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함께 그림 그리는 모습은 5년전부터는 엄마도 자주 볼 수 없는 풍경..그 침묵을 깨기 싫어서 발걸음마저 조용해진다.

한 아이가 음악을 튼다. 조용히 고개를 까딱 거릴 수 있는 음악..그리곤 갑자기 뮤직 타임~

빵 굽던 엄마도 함께 고개를 까딱거린다.

이런 순간엔 늘 옅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일상의 행복은 참으로 촘촘히 많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구름처럼 흘러간다.

뭉게구름처럼 크지 않아도..

양털구름처럼 이쁘지 않아도..

맑은 하늘의 조용하고 잔잔한 옅구름이면 나는 족하다.



*옅구름이라는 이쁜 단어를 알게 해 준 리더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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