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글을 쓰면서 김영하 작가에 대해 써볼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의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어쨌든, 나는 김영하 작가의 팬으로 그의 필체를 좋아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작가에게 끌리듯이 말이다.
글도 글이지만, 김영하 작가가 TV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화법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그분의 생각이나 독특한 철학을 좋아해서인지 소설보다 에세이를 읽을 때면 으레 그분의 말하는 스타일이 떠오르면서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느낌이 든다. 흔해 보이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그만의 스타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김영하 작가처럼 글을 쓰고 싶은 건 그저 꿈이고, 그런 재능은 아마 다음 생애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문학 작품을 다량으로 많이 읽은 사람도 아니고, 긴 호흡을 가지고 써야 하는 글들을 써보지도 않은 사람이다. 쓰는 것에 기교를 부리는 것도, 은유적 표현을 하는 것도 잘 못한다. 특히, 독자에게 웃음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건 어림도 없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하긴 했지만 내 평범한 일상들을 짤막하게 기록하는 정도의 글밖에 써보질 못했다. 2023년 말부터 시작한 브런치에 이 정도 분량의 글을 한 달에 몇 개씩 올려 보고 있는 것으로 그나마 글쓰기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써보지 않으면 어떤 사물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이기 때문에" 써보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타고난 작가 마인드이다. 반면 나는 어떤 주제를 던져줘야 겨우 글을 쓸 수 있는 편이다.
불현듯 글쓰기를 너무 해보고 싶어서 모임을 만들었고, 회원들에게 일주일에 하나씩 주제를 정해 써보기로 한 것이 시작이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자라고 하면 처음에는 말문이 막힌 듯 글을 쓰기 힘들다. 도대체 어떤 걸 써야 하지 하는 생각에 정리가 안된다. 계속 반복적으로 그 주제와 키워드를 자판에 두드려본다. 그러다 보면 마치 연관검색어처럼 내 과거의 일들, 내 머릿속에만 묻혀있던 생각들이 미역줄기처럼 줄줄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락씩을 완성하다 보면 어느새 글이 마무리된다. 뭔가 막힌 곳을 해결한 느낌과 함께 개운한 기분도 든다. 그런 방법으로나마 브런치에 겨우겨우 글을 쓰고 있다.
양희은이 쓴 두 편의 유명한 에세이가 있다. "그러라 그래"와 "그럴 수 있어" 한 가지 일을 몇 십 년간 해오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지혜가 느껴지는 그녀 다운 제목이다. 양희은은 작가는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디제이 활동을 하면서 매달 써야 했던 글들이 모여서 그렇게 에세이집이 완성되었고, 이미 책을 한 권 이상 냈으니 이제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얼마 전 소모임 단톡방에서 누군가 좋은 글이라고 캡처해서 공유한 적이 있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사람을 원망하지 말고, 위기가 닥쳤다고 짜증 내지 말고, 그러려니 하자!"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그러려니 하자? 이거 양희은의 3번째 에세이 제목 같은데?"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양희은의 수필처럼 일상을 녹여내며 그 안에 따뜻함과 교훈도 되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 에세이 제목으로 "그러려니 해"도 나쁘지 않은데? ㅎㅎ
뭐가 되든 나는 글을 계속 쓸 것이다.
그것이 내 하루하루의 기록이 될 수도 있고, 일상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될 수도, 나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재미없을 수는 있겠지만, 나에게는 제법 의미 있는 글 모음이 될 거 같다. 모아두면 나중에 엮어서 "고들정희의 인생"정도는 나올 수 있으려나. 글 쓰는 법이 지금보다 좀 나아지고, 실력도 늘어나고, 거기에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통찰과 혜학이 생겨난다면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도움이 될지도 모를 테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글을 쓰고, 공부하련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 조금이라도 계속하고 있으면 나중에는 의미 있는 일이 되듯"
아무리 사소한 글이라도, 언젠가는 그 기록들이 나만의 의미 있는 인생 이야기가 되어 줄 거라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