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로 상을 받을지는 몰랐다. (대상)
글을 올리는 취지는 누구를 비난하거나, 지난일을 다시 복기하고 싶은 의도역시 아니다.
주위에도 많은 피해자와 이메일등으로 연락주시는 많은 분들에 대해 정서적 지지를 하기 위함이다.
'21년 직장갑질 119 수기공모에서 수상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후에도 많은일이 있었지만 해당시점의 글을 공유차 올려본다.
해당내용은 갑질119 자료실에도 공유된 내용이며, 명예훼손이 없도록 개인이나, 회사등이 특정되지 않도록 하였고, 법률검토를 마친 내용입니다.
때로는 지는 싸움이라도 꼭 해야한다. - 해탈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우수기업으로 알려져있는 P그룹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 힘을 신고하면 벌어지는 일과 그에 대응하며 몸부림 쳤던 내용 그리고 마지막 기 댈 곳 없을 때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받았던 내용들, 그리고 여전히 지속 중인 회 사의 괴롭힘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
그 이야기입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직장 내 괴롭힘을 제보했다가 회사의 괴롭힘으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가해자의 장기간 폭언, 과도업무부여, 비방 보고받은 팀장의 협박 및 괴롭힘 다시 보고받은 사업부장의 인사팀장 관여요청 인사팀장의 회유, 소송할 거냐 등 위력 행사 정도경영실의 장기간 조사 및 문제 인정에도 징계 안 함.
피해자를 경험 없는 부서로 전출 산재승인
복직 후 괴롭힘 피해를 언급하며 퇴사 강요 거부하자 저성과가 아니고 징계사유가 없음에도 저성과 퇴출프로그램에 발령,인사위원회에 회부,문제사항이 언론에 보도되자 감사실이 지시하여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오히 려 동료를 괴롭히고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라고 취재진 및 직원들에게 공적인 자 리에서 이야기함.
여기까지가 벌어진 사실이며, 저는 다시금 여기서부터 계속되는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가해자를 처벌할 목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그 신고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고,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6년여의 중간관리자의 폭언, 고성, 과도한 업무 부여, 진실과 다른 비방에 대해 도를 넘었다 생각하여 회사 규정대로 팀장에 보고하였으나, 팀장은 “감사실로 가 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제보하면 조직에서 널 보호할 것 같아?”, “회사에서 널 보호할 것 같아?”, “문제사항에 대해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해야지, 어떤 놈이 그래?”라고 협박하는 등 무마했으며, 이후 이유 없는 저성과 부여와 저 성과에 따른 급여삭감에 대해 “애들 분유 값 날아갔네 ” 등 괴롭힘이 계속되었습니다.
이에 상위 사업부장에게도 보고하였으나 “원래 문제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으며, 규정에 따라 정도경영실에 이첩한다고 하였으나 인사팀장에게 전달하여 개입하도 록 하였습니다.” 라고만 했습니다.
인사팀장은 “사과하는 선에서 없던 일로 하면 안 되겠냐?”, 시간외 근무수당 미 지급 등 각종 위법사항에 대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할 거냐” 등 위압을 행사하였습 니다. 인사를 총괄하는 회사의 직책 보임자가 이러한 행위를 함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정말로 회사생활은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내 감사실인 정도경영실이라는곳이 있고 윤리규정 등이 있으나 내가 다니는 회사의 불문율은 정도경영실에 제보하면 잘린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번 믿어보 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심정으로 정도경영실에 이첩하였으나 너무 순진했던 것 같 습니다. 장기간 69일이나 되는 긴 조사를 진행하였고 가해자 1,2의 문제를 확인하 고 조치를 취한 것이 경고입니다.
사규상 징계는 견책, 감봉, 권고해직, 해고 로 징계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경고 는 사규상 “미미한 사유로 징계사유에는 미치지 못하나 주의를 주기위한 조치”라 고 되어있습니다. 다시 말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인정하였으나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괴로움이 많았습니다. 무어보다 생계에 대한 위협이겠지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애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갑갑했습니다. 아내에게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점점 어두워져 갑니다.
그러다 정신질환이 왔습니다. 적응장애라 하는데, 참 용어가 맘에 안 들었습니다. 정신질환이라 하여 정신이상 이런 게 아니라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증 상 즉 불면, 불안, 우울, 섭식장애 등과 같은 증상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회사를 옮기기로 맘을 먹고 찾아보았습니다. 많은 날을 잠을 못자면서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결정일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정말로 많은 생각 끝에 결론을 냈습니다. 내가 떳떳하면 문제될 게 없다. 긴 시간이 지나고 지금을 돌아보아도 후회가 없는 결정을 하자.
대응을 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이러한 사항에 경험은 없어 여러 곳에 문의를 했습니다. 노무사도 찾아가고 변호사도 찾아가고.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 항은 잘 알지도 못하고, 어찌 대응할 지 방안도 제시를 못하더군요. 갑갑한 마음에 우연히 방송을 통해 본 직장갑질 119에 연락을 했습니다.
긴 고통의 시간 이후 처 음으로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많은 도움 을 받았지만, 제일 고마웠던 것은 “내가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었습 니다. 이후 제가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대응한 원동력 중 큰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와 같은 많은 괴로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좌절하다시피한 상황에서 갑질119의 신 변호사님의 도움으로부터 많은 도 움을 받고 산재를 진행했습니다. 노무사를 계약하지 않고 직접 했습니다. 정신질 환에 대한 절차는 정말로 힘들더군요. 접수부터 승인까지 10개월이 소요되었고, 만일 산재승인이 되지 않으면 회사에서는 정신이상을 근거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인력으로 판단하여 해고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입니다. 10개월 동안 마음 판 한 날이 없었습니다.
작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산재승인을 받았습니다. 부적절한 사유가 많았으며 사측의 부당한 처우 역시 질병을 일으키는데 영향이 있고, 예방조차 없었다는 것도 확인되어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한다는 질병판정위원회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이때 저는 또 한 번의 큰 착각을 했습니다. 산재까지 승인 받았으니 객관적으로문제사항이 있었던 것이 명백하니 이제 회사로부터의 불이익은 없겠구나 하고 생 각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큰 착각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피해자인 저에게 팀을 옮기라고했습니다. 가해자 1, 2는 현재까지도 변경이 없었습니다.
복직 이후에 인사를 간 자리에서도 가해자 1, 2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이 새끼 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는 소리를 질러대는 것을 들었습니다. 정도경영실에 전 달했으나 조치가 없더군요.
경험 없는 부서의 일은 참 힘들었습니다. 이상한 분위기가 있었고 왠지 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였던 것 같이 팀장부터 대부분의 동료들은 도움을 주지 않더군 요. 무엇 하나 처음부터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행해야 됐고, 15개월가 량 또 다른 색깔의 스트레스를 겪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업무적으 로 처음 보는 사업부장이 와서 산재 건을 언급하며 퇴직을 강요했습니다. 산재 건 이 있었으니 이번에 나가라. 소문을 들어보니 주위에서 같이 일 못 하겠다고 하더 라며 인격모멸성의 말도 하고. 저성과도 아닌데 고과가 안 좋다고 말하고 다녔습 니다.
말 그대로 희망퇴직이라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였으나 거부하자마자 바로 인사 고과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저성과자 프로그램인 역량향상섹션팀으로 강제로 발령 냈습니다. 업무역시 배제되었습니다. 부당함을 감사실, 인사부에도 호소하였으나 사업부 결정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예전에 없던 역량향상섹션이라는 팀은 회사에서 진행하는 희망퇴직에 거부하는 사람에 대해 발령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이야기였습니다. 역량개발 이름이라는 이 름으로 업무를 배제하고 강도 높은 교육을 통해 퇴직을 압박하는 것은 요즘 회사 들이 하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행위입니다. 일명 의제해고라고 하죠. 해고는 아니지 만 해고와 같은 효과를 가지는 행위들. 평가를 한다 해도 정답도 공개하지 않고 퇴 출을 위한 것이 목적이므로 좋게 평가를 줄 리도 만무합니다. 교육프로그램은 역 량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이순신 리더쉽,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상식 등 이상한 과목들이었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교육 후 평가를 통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재배치, 또 다시 긴 교육, 해고까지 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인사위원회는 징계사항 등이 있을 때만 회부하는 것으로 사규에 명시되어있는 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알아서 제 발로 나가게끔 하는 목적이구 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의 괴롭힘이 간접적인 괴롭힘이었다면, 금번의 괴롭힘은 직접적으로 회사를 나가라는 압박이었습니다.
사내에 부당함을 호소하였으나 문제되지 않는 사항이라고 하고, 결국 언론을 통 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괴롭힘으로 인한 산재 승인 후 퇴직권고라는 제목이었습니 다. 그러자 블라인드 등에 회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과 이상한 글, 댓글들이 달리 기 시작하더군요.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오히려 동료들을 괴롭히고 인격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체 왜 이런 댓글들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상에 이런 비방 을 받으니 참 견디기 쉽지 않더군요. 취재를 했던 기자와도 이야기를 해보니 회사 에서 취재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저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직원이 와서 일장 연설을 하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관련 사항에 대해 확인을 해보니 해당 내용의 시작은 사내 감사실인 정도경영실 지시로 했다는 것을 해당 인사과 직원과 통화로 확인했습니다. 이게 대체 뭔 소리인지…
4년 전 피해를 입어 팀장에 제보하자 갑자기 규정에 없이 인사팀장이 개입하여 회유 압박을 했을 때 서면상으로 조사를 요청하고 혹 나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으 면 징계를 받겠다 했고 70여일의 긴 조사 끝에 결과 회신 시 가해자 1, 2에 대해서 징계하겠다고 했으며, 나에 대한 문제를 질의했을 때도 없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해당 내용에 대해 회사 내 내부감사인 상임이사에 이야기하니 예전에 제보했을때는 나의 문제를 같이 다루는 것이 적절치 않아서 안 한 거라고, 곧 조사 할 거라 고, 정도경영실 지시로 나에 대해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고 했습니다. 둘 중에 한 명은 거짓말을 하는 거겠지요. 결국 절차에 따라 노용노 동부에 진정을 했습니다.
그룹사에 있는 분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역의 노무사 및 지방노동위원회는 사측 편향이 많아 중앙노동위원회까지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감정에 굳은 살을 보듬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치도 못했지요.
회사에서는 상반기 직원의 10프로 가량인 200여명을 강제 희망퇴직 명목으로 잘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괴롭힘 행위가 많았고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도 노조 설립의 시도는 있었으나 회사의 압박으로 실패한 이력이 있었습니
다. 최근 노조로부터 제 사연을 들은 분이 노조 활동을 제안해 왔고, 저는 노조에 가입해 현재 교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 문제 해결도 그렇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보다 더 한 피해자들이 많음에 이를 바로 잡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 인사부 직원과 이야기하다보니 참으로 허탈하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회사 문제로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를 하면 회사로서 도 난처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회사는 노동위 사건들 그런 거 신경도 안 쓴다고 했 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우수 사례로 알려진 그룹사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알 수 있는 회사입니다. 큰 그룹사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처리가 이런 걸 보면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생각합니다.
법에 대한 부분 역시 참으로 개인은 약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금 느낍니다. 저와 비슷한 어려움에 있으신 분들께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대응을 해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계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권리를 주장하려면 행동해야 합니다. 누구도 먼저 찾아주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그 길은 생각한 것보다 아주 긴 여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무섭다고 하면 괴롭힘에 피해를 보고 결국 자존감 마저 잃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는 법도 생기고 직장 갑질119라는 좋은 단체가 있어서 기댈 곳이 있네요. 예전에 그 많은 사람들은 어 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경제적 위협을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경제적 어려 움과는 별개로 개인의 자존감이 회사로부터 무참히 짓밟혔겠지요. 그런 상처를 안고 다시 세상에 제대로 설수 있을까요?
나에게는 아직도 끝이 나지 않은 싸움입니다. 개인적으로 싸움은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하지만, 싸우려면 이기는 싸움만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때로는 지는 싸움이라도 꼭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라도 이길 수 있는 믿음이 생긴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직장갑질119 여러분들, 특히 많은 도움 과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주신 스탭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