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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정 Jun 23. 2021

함께 죽어가는 사랑의 노래

Matt Maltese - As the World Caves In

'영원히 사랑해'

'죽을 만큼 사랑해'

'죽어서도 사랑해'




 사랑 고백은 죽음과 엮이어 말해질 때 그 절절함이 더해지곤 한다. 하지만 나는 저 세 가지 표현 모두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아마도 그럴 거다.) 물론, 사랑이 죽음과 함께 말해질 때 가장 낭만적이라고 느끼긴 한다. 끝없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유한한 끝을 빌리는 건 분명 낭만적이다.


 그렇지만 나는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에 영원은 없다고 답할 것이며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말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개를 저을 것이다. '죽어서도' 사랑한다는 표현에는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다소 냉소적으로 말하겠지. 아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거다. 어디선가 그런 대사가 나온다면 나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고갤 갸웃할 뿐, 속으로만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느끼는 사랑과 죽음의 관계는 '사랑 때문에 죽고 싶어지는 것' 또는 '같이 죽고 싶은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에 벅차 나의 일상마저 어찌할 수 없어질 때, 혹은 나의 시간을 모두 당신에게 쏟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만큼 사랑하는 것을 만나면 정말 죽을 것 같아진다. 그게 사람이든 사람이 아니든, 당신을 품에 꽈악 안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다시 내뱉고 싶지 않은 느낌이랄까.


 같이 죽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마음은 간단하다. 살아있음으로 정의되는 나의 모든 시간에 당신이 함께하길 바라는 것. 그런 사랑을 하며 세상의 멸망을 조금 먼저 알게 된다면, 말 그대로 예고 받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할까. 사랑하는 이와 죽는다면 어떤 결말을 만들까. 상상만 해보았던 그림을 그대로 담은 노래를 발견했다.











Matt Maltese의

As the World Caves In



https://youtu.be/SwXseZSjLsw






My feet are aching

나의 발은 고통 속에

And your back is pretty tired

네 등은 꽤 피곤해 보이고

And we've drunk a couple bottles, babe

우리는 몇 잔 마신 상태지, babe

And set our grief aside

슬픔은 미뤄두기로 해


The Papers say it's doomsday

신문에서는 종말의 날이라고 해

The button has been pressed

버튼이 눌렸대

We're gonna nuke each other up boys

우리는 서로를 멸망시킬 거야

'Til old satan stands impressed

늙은 사탄이 감격할 때까지



And here it is, our final night alive

그리고 지금, 우리의 마지막 살아있는 밤

And as the earth runs to the ground

세상이 땅으로 충돌할 때

Oh girl, it's you that I lie with

oh girl, 함께 누워있는 너야

As the atom bomb locks in

원자 폭탄이 터질 때

Oh it's you I watch TV with

함께 TV를 보고 있는 너

As the world, as the world caves in

세상이, 세상이 무너질 때



You put your final suit on

마지막 옷을 차려입었네

I paint my fingernails

나는 손톱을 칠했고

Oh we're going out in style babe

우리 스타일 정말 좋다, babe

And everything's on sale

모든 게 할인 중이야


We creep up on extinction

우리는 서서히 소멸하고 있어

I pull your arms right in

네 팔을 가까이 당기고

I weep and say goodnight love

눈물을 흘리며 인사해. 잘 자, 내 사랑

While my organs pack it in

내 몸이 멈춰가는 동안에



And here it is, our final night alive

그리고 지금, 우리의 마지막 살아있는 밤

And as the earth runs to the ground

세상이 땅으로 충돌할 때

Oh girl, it's you that I lie with

oh girl, 함께 누워있는 너야

As the atom bomb locks in

원자 폭탄이 터질 때

Oh it's you I watch TV with

함께 TV를 보고 있는 너

As the world, as the world caves in

세상이, 세상이 무너질 때




Oh it's you that I lie with

함께 누워있는 너

As the atom bomb locks in

원자 폭탄이 터질 때

Yes, it's you I welcome death with

그래, 너야. 함께 죽음을 반길

As the world, as the world caves in

세상이, 세상이 무너질 때

As the world caves in

세상이 무너질 때










 내가 아는 사랑 노래 중 가장 낭만적인 가사의 고백이다. 조금 있으면 세상이 모조리 멸망할 테지만 마지막으로 멋진 옷을 차려입고, 손톱도 예쁘게 칠하고, 당신을 끌어안고 나란히 눕기. 종말에 대해 떠드는 수많은 뉴스는 제쳐두고 함께 열 번은 보았을 뻔하고 지루한 영화를 틀어두겠지. 우리의 끝이 아닌 '세상의 끝'이라는 절망은 뒤로 미루고 당신과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열심히 보내겠다는 다짐이자 사랑의 고백.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슬픈, 호들갑 떨지 않는 낭만이 된다.


 세상의 끝에 슬퍼할 틈도 없이 당신을 여전히 아끼고 사랑하는 일로 종말을 맞는다. 슬퍼하는 얼굴을 마지막 기억으로 삼기보다, 매일같이 사랑하던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할 것이다. 그럼 세상의 종말과 우리의 소멸도 별것 아닌 흘러가는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소멸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못하겠지만, 소멸의 순간에 우리는 태연하게 사랑하던 모습으로 끝날 테니. 그러면 조금은 덜 슬프지 않을까. 죽음 뒤에는 슬픔도 없겠지만.






만약 세상이 멸망한다면,

핵폭탄이 터져서 몇 시간 뒤에 내가 죽을 것을 알게 된다면,

그저 밀린 설거지를 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가 소멸을 맞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글쎄, 이 노래처럼 해보지 않을까.

마지막 인사는 '잘 자'라고 건네야지.











*가사는 직접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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