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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18. 2024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글

따뜻한 봄날이 와서인지 여기저기 경조사가 많다. 결혼이라면 맘껏 축하드릴일지만 최근에 돌아가신 분들도 많으셔서 경조사비가 심심치 않게 많이 나간다. 물론 4월보다도 가장 지출이 많은 달은 5월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에 경조사까지 챙기려면 마음의 각오까지 해야 한다. 어릴 때는 5월은 푸르고 행복한 달이었다.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아예 대놓고 "엄마! 뭐 사줄 거야?"라고 묻는다.


SNS에서 경조사에 대한 이야기로 찬반논쟁이 분분하다. "나는 친구 결혼식에 20만 원을 했는데, 그 친구는 5만 원을 했다면 손절해야 하는 거죠!" 댓글에 다양한 찬반 의견들이 달린다. 우정이나 사랑을 돈으로 계산해서는 안 되겠지만 살짝 나도 그 친구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른들은 경조사비는 자기돈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돌려줄 돈이라고 하시면서 마음을 표해 준 사람들의 명단을 잘 관리하셨다. 


최근에 한 직원분이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작년에 자신이 결혼할 때 옆과 직원이었는데, 그분은 축의금을 안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도 그분과의 친밀도를 어느 정도인지 분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올해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별 생각이 없었는데, 하루는 그분이 청첩장과 함께 축의금을 들고 와 자신에게 주더란다. "이게 뭐예요?"라고 했더니, 작년에 축의금을 못해서 마음이 걸렸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청첩장을 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난 그분이 늦게라도 깨닫고 축의금을 들고 왔다는 것이 그래도 양심은 있어 보였다. 그런데 오히려 직원분은 화가 났다고 한다. 결국 축의금을 줬다가 뺏는 꼴이 되어버린 데다 지금 와서 친해지자는 건가 싶어서 괘씸했다고 한다. 늦게라도 용기를 냈으니 다행이긴 했지만, 오히려 직원분은 이일로 마음이 상했다고 한다. 

"안 할 때는 언제고 지금 자신이 결혼을 하게 되니까 이제 축의금 들고 왔다는 거지!!


역시 경조사는 안 할 생각이라면 모르지만 너무 늦지 않게 마음을 표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분은 축의금을 전달하고도 욕을 얻어먹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것뿐인가! 사람들은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사람들과의 관계가 선명해진다고 한다. 병원에서 나오는 날, 자신에게 전화 한 번도 안 했던 사람들은 전화번호상에서 지워버렸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많은 이의 이름을 지우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도 부의금을 깜박하고 챙기지 않았다가 오랫동안 마음의 짐을 느낀 적이 있다. 서로 얼굴을 안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로 자주 만나는 일이 생겼다. 결국 끝까지 하지 않다가 나중에 부의금을 낼 일이 있을 때 마음을 표현했다. 인생을 계산적으로 살려고 하면 인생이 힘들어진다. 우정도, 사랑도 모든 것을 돈을 계산하면 피곤해진다. 딸을 키울 때 어떻게 보면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았다.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아이였고, 무한한 기쁨과 희망을 주었다. 그럼에도 딸을 키우면서 딸에게서 효율성과 가성비만 따지니 지난날 기쁨마저 휘발되어 버릴 지경이다. 인생이 우리가 계산한 데로 원하는 데로 그대로 되지는 않는다.  


주일날 목사님이 소개해주신 이철환 작가의 '곰보빵'은 너무 감동적인 스토리다. 왠지 고루한 것 같은데 진심이 담겨있으니 완전 감동이다. 인터넷 뱅킹으로 자동이체 해버리면 되는 세상이다. 편한 세상을 살아가지만 왠지 공허하다. 사람에 대한 신뢰도 낮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만만 늘고 있다.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만 다시 읽어도 가슴을 촉촉하게 해 준다.




이철환 작가 '곰보빵'중..(축의금 만삼천 원과 사과 한 봉지)

결혼식 날 가장 친한 친구인 형주가 오지 않아 서운할 찰나, 해남에서 8시간 버스를 타고 온 친구 

아내가 등 뒤에 아기를 업은 채 뛰어와 숨을 몰아쉬며 편지를 전해주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 해남에서 친구가"




가난한 친구의 마음 담긴 편지 한편이 모두를 울렸다. 가난이 죄는 아니다. 오히려 끝없이 탐하고 자신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죄가 아닐까! 감사할 일, 행복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끝없이 비교한다. 그런 욕심이 우리 마음에 스멀스멀 파고들면 함께 있어도 고슴도치처럼 서로를 찌른다. 가난보다도 무서운 것이 절망이다. 세상에 따뜻함을 전하는 글들이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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