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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17. 2024

딸과 벚꽃길을 걸으며


모처럼 벚꽃길을 딸과 걸었다. 서로 바쁘다 보니 함께 살아도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아직 성장 중인  딸은 자신의 방에 누구든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딸 방에 들어가려면 잠시 멈춰서 심호흡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 "하나, 둘, 셋"  문을 노크한다.


예전에는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 딸을 참다못해 씩씩거리며 딸의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 억지로 아이패드를 뺏으려다 서로 몸싸움을 한 적이 있다. 뺏기지 않으려는 딸과 뺏으려는 엄마의 몸싸움이 한바탕 벌어졌다. 딸은 다들 자는 조용한 새벽에 소리를 질렀고, 난 다른 집에 방해가 될까 봐 작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내가 다 망친 걸까? 주위의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와 같은 경우가 있어 오히려 우리 딸의 상황에 대해 위로를 받을 지경이다. 그러나 주위에 모범생 딸을 둔 엄마를 만나면 그날 하루는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어떤 이는 자기 아이와 같은 학년의 엄마들을 가능한 만나지 말라고 한다. 


점점 자식 문제에 고개가 숙여지고 엄마의 속은 타들어간다. 그러나 서로가 살려면 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 사실 자식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히려 아이 양육에 대한 자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뭔가 잡히지 않은데 자녀를 끝까지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 물론 그 믿음은 그냥 내버려 둔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자녀가 바르게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응원해야 한다. 결국 자녀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마다 나의 엄마가 그립다. 돌아보면 나도 엄마에게 착한 딸은 아니었다. 엄마가 아무리 잘해줘도 엄마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엄마가 떠나시고 난 뒤에 늦게 철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엄마가 그립다. 못한 것이 너무 많아 사무치게 그립다.


오늘은 딸과 화사하게 핀 벚꽃길을 걸으며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벚꽃 핀 길을 걸으면 난 어느새 동화 속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소녀가 된다. 꽃잎은 날리고 하늘에 계신 엄마와 맞닿을 듯한 이 길을 걸어간다. 소녀처럼 웃으시던 엄마의 고운 미소가 떠올라 그리운 마음에 먹먹해진다. 엄마의 내음이 나를 포근하게 감싼다. 오늘, 딸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니 할 말이 많아진다.


 “엄마! 딸과 왔어요. 예쁜 당신의 손녀예요” 언젠가 딸이 이 길을 걸을 때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추억할 장소가 많다는 것은 인생길에 찬란한 축복과 같다. 그리워할 대상이 있는 사람은 마음은 따뜻하고 촉촉하다. 그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렀더니 딸이 묻는다. "할머니가 그리워서 그래?"


"맞아. 할머니랑 같이 이 길을 걸었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이제 딸이 써 내려갈 삶의 이야기가 기록됐으면 좋겠다. 아니 딸의 추억이 스토리가 조금씩 쌓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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