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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16. 2024

아파트 층간소음에 대한 고민


저녁 8시 넘어서 아파트 관리소에서 전화가 왔다. "조용히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어요" 


"지금 전 딸과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는데요. 저희 집에서 나는 소리 아니에요."

"어느 집에서 연락을 주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바로 아랫집에서 관리소로 민원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저희 집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세요. 제 생각엔 저희 위층에서 나는 소리 같아요. 저희도 힘들거든요."



사실 아랫집은 같은 부처에 다니는 직원이 살고 있다. 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최근 들어 엘리베이터에서 그분을 만나면 나를 보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분은 같은 직장동료인 데다 함께 직장선교회 임원으로 활동도 했던 분인데, 갑자기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한 것이다. 한동안 K(아랫집)는 2년 정도 가족 모두 해외 유학을 다녀왔다. 간혹 얼굴을 뵙게 되면 반가운 마음에 이제 선교회도 다시 나오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알고 보니 나와 같은 교회를 나오고 있었다. 그분의 이상한 태도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인데 내가 자꾸 나오라고 하니까 불편해서 외면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동안 지내온 시간이 있고 자기 상황을 이야기하면 될 텐데 그런 태도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한동안 그를 만나도 의례적인 인사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니 슬슬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이런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 딸이 어렸을 때 우리 집도 간혹 아랫집을 불편하게 한 적이 있었다. 늦게까지 영상을 보려는 딸을 야단치면, 딸은 자신의 화난 감정을 발을 쿵쾅거렸다. 나는 놀란 가슴에 아이 발을 붙잡고 "제발 그만해"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그때 그분이 카톡을 주셨다. "주무관님.. ㅠ" 


정말 그때는 어찌나 죄송한지 딸을 붙잡고 상황을 말해주었다. 아이 양육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게 창피했다. 바로 "죄송해요"라는 말씀과 그다음 날 사과의 글을 드렸다. 다행히 그분은 제 상황을 이해해 주셨다. 이 글을 쓰면서 그분과 카톡 한 기록을 찾아봤더니 2017년 전 일이었다. 그 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 딸은 제법 컸고, 말을 하면 조심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얼른 K에게 카톡을 보냈다. "관리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랫집에서 우리 집이 쿵쾅거린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집이 아니에요. 지금 전 딸과 각자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요"라고 보냈다.


K한테서 뒤늦게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저희가 오해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잘 시간에 쿵쾅거림과 소리 지르는 소리들이 들려서요.

아이들이 무서웠나 봅니다.

쿵쾅거리는 울림이 전해지기에 윗집이라 오인했나 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랫집에서-




서로 오해가 풀려서 했지만, 우리도 각별히 신경 쓰며 조심하고 있다. 우리도 윗집에서 그 부모님이 아이를 잡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 쿵쾅거림이 지속될 때는 "또 시작이네!"라며 한숨을 쉬곤 했었다. 만약 그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면 우리도 뭔가 액션을 취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상 아랫집 항의를 받고 보니 층간 소음으로 마음고생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잠이 푹 들었을 때는 괜찮은데, 몸은 피곤한데 잠이 안 오는 새벽에는 상황이 다르다. 자고 싶은데 잠은 안 오고, 위에서는 새벽에 무슨 일을 하는지 계속 신경에 거슬리는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날 때는 짜증이 나긴 했다. "너무한 것 아니야." 어떤 때는 남편에게  "윗집에 인터폰 해서 조용히 해달라고 해볼까? 아님 관리소에 연락할까?"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요즘 뉴스 못 봤어!! 세상이 험해서 괜히 말했다가 칼부림 날 수 있어. 이해하자고" 하는 것이다. 


전날 밤도 위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잠시 시달렸으나 다행히 난 잠이 들었다. 오히려 남편은 윗집 소리에 새벽에 잠이 깨서 이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다음날 사무실 근무 중인데 전화가 왔다. 바로 아랫집 K였다. 나도 모르게 "어제 저희 집 아니에요" 정말 고해성사하듯 말했다. 


K도 어제 어느 집에서 나는 소리인지 확실히 알았다고 말했다. "저희도 알고 있어요. 어제 너무 시끄러워서 어느 집인지 확실히 알고 싶어서 우리 집과 바로 윗집에 가보았어요". 그래서 우리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윗집이 그렇게 쿵쾅거리는 데 어떻게 참고 사세요? 혹시 윗집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나요?"라고 묻는다.


"저희도 그 집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요. 작년에 전세로 여기에 들어온 분들이에요."라고 말했다. 저희도 어떤 때는 윗집에 인터폰 하고 싶은데, 새벽이라 엄두가 나지 않으니 참거나 자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남편이 서로 관계가 악화될 수 있으니 가만히 있자라고 했다고 말해주었다. 결국 K와 나는 깊은 한숨만 쉰 채 전화를 끊었다.


그 후에도 간혹 소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참을 만했다. 그런데 이번 주말 저녁에는 어찌나 쿵쾅거림이 심한지 무슨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들리는 아이의 째지는 듯한 울음소리. 이건 인테리어 공사가 아닌, 아이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 같았다. 우리는 오히려 아랫집이 신경 쓰였다.


"설마 우리 집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겠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관리소에서 안내방송이 들렸다.


 "00동 주민들에게 안내드립니다. 아파트는 함께 사는 공간이니 서로 층간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민원이 발생하여……."


워낙 소리가 커서인지 이 일로 관리소에 연락을 한 것 같다. 안내방송 후 2~3분이 지나자 소리가 줄어들었다. 그 집이 알았나 보다. 그 후 한두 번 쿵쾅 거리긴 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역시 안내방송이 효과가 크긴 하다. 윗집이 전세로 들어왔다면 일단 2년 동안 살아야 한다. "만약 윗집과 서로 인사하는 사이였다면 조금 쉽게 문제를 줄여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윗집도 현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세종시로 이사 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세종시는 작은 도시지만 의외로 고층 아파트가 많다. 자연을 고려해서 각 아파트마다 나무를 심고 자연친화적인 녹지를 구성했지만, 여전히 내 눈엔 빌딩 숲만 보인다. 이곳에 산 지 10년이 넘었다. 많은 이들이 사는 곳,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집집마다 감당해야 할 삶이 있고, 조금은 이타적인 삶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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