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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26. 2024

Z 세대들의 과소비 심리

요즘 딸의 소비가 늘었다. 인스타그램이나 중고장터를 이용해서 중고 옷을 사는 것이다. 그냥 제값 주고 사려면 60~70만 원인데 이곳에서 사면 15만 원 정도 주면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받은 용돈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인터넷 중고장터를 어떻게 믿을 수 없으니 안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딸은 계속 조른다.

 "내 용돈인데 내 맘대로 써도 되잖아요? 지금 빨리 입금 안 하면 이 옷이 팔린다고요. 빨리 내 돈 주세요."


딸과 실랑이 끝에 결국 나는 돈을 입금시켰다. 나중에는 배송비 목적으로 만 원이 추가되었다. 이전에도 딸은 이렇게 옷을 구입했는데, 나름 잘 입었던 것 같다. 평소 나의 옷취향은 수수한 편이다. 좋은 옷을 보면 나도 입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비싸다면 쉽게 포기하는 편이다. 옷이 마음에 들어도 가격이 비싸면 사지 않았다. 남편도 검소한 편이라 당연히 딸의 소비심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남편은 자신이 사줄 것도 아니면서 비싸더라도 새 옷을 사라고 말한다. 우리 집이 부자가 아닌 것을 아는 딸은 다행히 그 정도로 담대하지는 않다. 


그래도 아직 딸은 고1학생일 뿐인데, 자신의 용돈을 이렇게 비싼 옷 사는데 써버리는 것은 심히 걱정이 된다. 결국 딸의 성화에 결국 내가 사주는 꼴이 되었다. 딸의 말에 의하면 자기 친구들도 다 이렇게 입는다고 한다. 딸이 어릴 때 딸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는 딸이 무엇을 해냈거나 할 것을 바라서인데,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자녀가 많은 집들은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가만히 보면  신발도, 핸드폰도 우리 집에서 딸이 가장 비싼 것을 쓰고 있다.


딸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걸까? 엄친아로 불리는 모든 면에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걸까? 엄마이기 전에 나도 내 딸이 그런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 자녀를 보면 나도 많이 부럽다. 그렇지만 내 딸의 소유가 내가 아닌 주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이 있기에 욕심이 생겼다가도 다시 내려놓는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화장도 짙어지고 옷 입는 수준도 높아졌다. 우리 부부는 어떻게 딸과 이 부분을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어떤 분은 딸이 화장하는 것도 한때이니 비싼 것 사주라고 한다. 돈이 없다고 싼 화장품을 쓰다가 피부가 망가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쨌든 우리가 아무리 "화장하지 말라" "옷 사는데 돈을 많이 쓰지 말라"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딸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말해주고 있다. 


"현진아! 네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 잊지 마.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나님은 너를 위한 계획이 있다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다."


우리말이 딸의 귀에는 아직 들리지 않을 것이다. SNS 상에 올려진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부러워하고 비교하느라 자존감이 한없이 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나중에 크면 괜찮아질 거야"하면서 모른 척하는 것은 부모의 직무유기이다. 지혜롭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감정을 빼고 기회를 만들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세상에서는 외모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자신만의 끌림이 있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딸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나도 딸이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당당한 딸로 자랐으면 좋겠다. 우리의 바람처럼 딸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신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지, 자신을 멋지게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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