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돈 속에 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2월 중순이 되었다. 새해를 맞으며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작가'라는 이름 외에 '시민기자'와 '다문화 강사'라는 직함을 얻게 되었다.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던 내게 이 역할들이 새로운 길이 되어주길 바란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세종경제공동체'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단순한 마을공동체 교육을 넘어 실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교육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곳에서 좋은 이웃들을 만나 함께 배우고 성장했다. 마을 기자로 활동하기 위해 글쓰기, 기사 작성, 영상 제작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훌륭한 강사님들의 친절한 지도 덕분에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사회경제공동체 직원들은 늘 친절하고 세심했다. 수업 안내는 물론 간식까지 챙겨주며 따뜻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나는 거의 모든 수업을 빠짐없이 들으며 글쓰기와 영상 제작 실력을 키웠다. 좋은 교육에 보답하듯, 나는 성실한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전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소중한 공간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2024년 말 문을 닫았다.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었기에 센터의 폐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세종시 의원들 사이에서 중간 조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결국 예산을 받지 못하면서 센터는 문을 닫고 말았다.
센터를 통해 인생 2막을 멋지게 살아가던 많은 분들이 하루아침에 공간을 잃었다. 세종시의 다른 중간 조직들도 예산 삭감으로 인해 기존 사업을 접거나 다른 기관으로 이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만큼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곳이 있을까? 이제 막 꽃을 피우려던 이들이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제자리를 잃었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작년 마지막 송별 파티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해 왔던 장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천 개의 문이 열립니다. 그러니 우리는 더 이상 닫힌 문을 바라보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도 깊이 공감했다. 최선을 다한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비록 아쉬움은 남지만, 분명 새로운 기회들이 찾아올 것이다. 지금껏 해왔던 일들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공간은 사라졌지만, 마을공동체는 지속될 것이고, 우리가 만들어온 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란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디지만 끈끈하게 이어지는 힘이 있다. '세종경제공동체'가 해 온 일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싹을 틔울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다시 그들을 볼 수 있는 날을 조용히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