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엄마는 3번의 무릎 수술을 받으셨다.
기존에 수술한 무릎의 핀을 제거하는 수술
핀을 제거한 오른쪽 무릎의 줄기세포 수술
지탱하며 안 좋아진 왼쪽 무릎 줄기세포 수술까지
팔을 다치면 움직이기라도 하지, 다리는 어디라도 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신체의 중요한 부위라 휠체어나 목발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우리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세대 빌라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약해진 엄마의 우울함은 극도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프리랜서라 상대적으로 가족들에 비해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내가 엄마와의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며 노력했다.
병원 모셔다 드리고, 병간호해드리고, 답답할까 봐 바람 쐬러 드라이브도 가고
무릎에 필요한 재활장비들도 준비해놓고, 각종 집안 일등
엄마가 조금이나마 괜찮아지길 바라며 말 그대로 노력을 했다.
자식으로서 안 하면 안 될, 해서 죄책감을 덜어볼 요량의 노력
엄마는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지셔서 속상함을 풀 곳은 딸 밖에 없으셨는지
나에게 푸념을 하셨고, 반년의 시간 동안 나는 점점 들어줄 여력이 없어졌다.
일이라도 생겨 핑계 삼아 못 간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일이 잡히지 않는 상황을 더 답답해하며 힘들어했었다.
나도 아프고 수술할 때 엄마가 곁에 없었으니 엄마도 혼자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그전에 수술은 혼자 잘 이겨내셨으면서 왜 이번에는 유독 자식의 도움이 필요할까?
이런 못된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때의 노력은 순전히 나를 위한 노력이었다.
훗날 난 뭐라도 희생했어하는.. 이기적인 노력..
20대의 내가 감당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자식 된 도리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했다.
도리 :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
그렇다면 자식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이 자식 된 도리일 텐데
마땅히 행하는 바른 길이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 엄마도 좀 회복을 하시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든 생각은
나는 부모님의 노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나이가 드시면 어쩔 수 없이 세월의 부름에 하늘나라에 가시겠지
라고만 생각했지 어떻게 아프실 거고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고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상황은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엄마가 다른 수술을 거뜬히 받으셨던 건, 나의 기억 속 모습일 뿐이었고,
어려서부터 떨어져 살았기에 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혼자 감내하셨던 부분이 너무 많았고, 내가 몰랐던 상황이 많았기에
이번에 엄마의 아픔이 나에게는 짐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치스럽고 죄송했다.
난 그동안 충분히 자식 된 도리를 잘하고 있다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자식 된 도리는 부모님을 위한 효도, 물질적인 보답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식 된 도리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내가 책임져야 할 상황과 부담도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닥쳤을 때 버거워하며 탓만 할게 아니라 다가올 상황에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도
자식이 마땅히 행하여야 하는 바른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