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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 Mar 01. 2023

방황 끝?

방황의 가치 _ 어쩌면 마지막 글

글쓰기를 삶의 중심에 놓고 살기 시작한 지 15년 되었다. 처음에는 문예창작과로 편입했기 떄문에 졸업을 목표로 열심히 썼다. 나중에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계속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곧 마흔, 이 삶의 성과라는 것이 너무 미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이상은 그렇게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로 한 일은 취업 준비이다. 

그간 해왔던 논술 강사의 경력을 살릴 것이라 스펙을 쌓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르바이트처럼 해왔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넉넉한 생활과 부모님 용돈까지 커버가 가능한 연봉을 받으며 오래 일할 되도록 좋은 경력이 될 직장을 찾았다. 사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로 이직하는 기간이 12월부터 2월까지인데, 내가 본격적으로 취업에 뛰어든 시기는 공모전을 끝낸 1월 말. 생각보다 일자리도 별로 없고, 마흔을 앞둔 나를 찾는 직장은 더욱 없었다. 첫 번째로 면접 보았던 곳을 거절하고 보니, 생각대로 착착 일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상황이 직면했다.      


급기야는 철학관을 찾았다. 올해의 운세가 궁금해진 것이다. 철학관에선 올해 내 운이 아주 사나워서, 어떤 좋은 곳을 가도 만족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벌기보다는 쓰는 시간이라며 경험하고 공부하는 한 해로 보내라는 조언까지 받았다. 그리고 뭔가 되려면 적극성과 의욕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욱하는 성질에 안내가 약한 편이라고. 성격 면에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싶었다.     


올해가 그렇다면 현재 주말에만 나가고 있는 학원과 병행할 수 있는 파트타임 자리를 찾은 후, 현재 부족한 부분을 공부해서 중등 국어 강사를 다시 준비해보려고 했다. 국어 강사 자리는 논술 강사 자리보다 훨씬 많았으니까. 그러나 공고에 논술 파트강사는 시급이 식당 서빙 정도인 수준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제의가 온 곳은 비율제 페이였으나, 이제 논술 강의를 열어보려는 그래서 아직 모집도 시작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두 곳의 면접이 같은 날 잡혔다. 둘 중 한 곳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신호인 듯 그랬다. 한 곳은 좋은 학군지이긴 했지만 동네 특정 학교의 학생들을 타켓으로 하는 학원이었다. 다른 곳은 서울이 유명 학원가에 있는 대형학원. 내일 둘 중 두 번째, 대형학원으로 출근을 한다.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으나, 생각보다 수강생이 얼마 없다. 그 점이 또다른 걱정이기도 하지만 천천히 시작할 수 있는 점에선 만족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아주 없진 않다. 그간 경험한 불안정한 중소학원의 분위기 때문에 뭔가 계속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대형학원은 뭔가 다를까? 지금까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대형학원은 면접 자리에서 내게 함께 일해볼 것을 권유했다. 선택의 공이 내게로 넘어왔을 때 사실 믿기지 않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을 제외하면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곳과 거의 딱 맞는 직장을 만나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마냥 좋지만은 않은 기분. 글쓰기를 주변부로 두고 현실적으로 살아가 보겠다고 결심했을 땐 예상치 못했던 씁쓸한 감정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길, 말 그대로 거리에서 엉엉 울었다.      


10년 전 서울로 오던 즈음이 떠오른다. 부산에 살 때 지인들과 담양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 원서를 냈던 드라마팀에 보조작가 면접 제의를 받았다. 다음날 급히 기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거기서 다시 작가실로 가 면접을 보았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채용되었음을 통보받았다. 그리곤 이틀 뒤 배낭에 짐을 챙겨 작가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모든 것이 급작스럽게 시작되었다. 그 모든 선택을 통해 내가 얻은 것도 많았지만 내려놓은 것 역시 많았다. 제한된 삶을 버텨낸 이유가 무엇일까? 적어도 목동의 대형학원에 취업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래서 씁쓸하기도, 억울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내 노력에 관대하지 않은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꼈을까?     




올해의 계획은 이러하다. 우선 취업한 이 학원에서 내가 어떤 강사인지 시험해볼 생각이다. 사실 아직까지 100%를 써서 강사 일을 해본 적은 없다. 직업 강사로서 진지하게 임해본 적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어쩌면 평생 직업이 될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작년에 써 둔 드라마 미니시리즈와 영화 시나리오를 되는대로 내어 볼 생각이다. 공모 일정만 잘 챙겨서 써둔 원고를 내는 형식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여러모로 많이 채울 계획. 통장 잔고와 그 이외의 여러 가지 것들. 더욱 바빠질 것 같다. 충실히 해보아야겠다.          

나는 글쓰기 위주의 내 삶을 방황이라 이름 붙인 바 있다. 글쓰기를 완전히 놓을 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름 붙인 그 의미에서의 

방황은 끝내려 한다. 


정말로 방황을 끝낼 수 있을까?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어떤 식이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보려한다. 이것이 곧 40대가 될 나의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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