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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선 Aug 03. 2021

'킹덤'을 쓴 김은희 작가는 왜 '배고픔'을 말했을까?

오늘은 알랭 기로디 감독의

<호수의 이방인>이란 영화를 보려고 종로에 갔습니다.

2017년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고 뻑이 가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틀어주더라고요. 아싸!!


수풀 사이에 숨겨진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은밀한 정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러다가 시체가 발견되는데?...


<호수의 이방인>은 잔잔한 물결이라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알고 보니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영화입니다.


(일단, 영화명과 감독 이름을 메모장에 적어두시면 좋을 듯)


아무튼, 그렇게 극장에 도착했는데

날짜를 잘 못 봤는지... 다른 영화가 상영 중이었습니다. (젠장...ㅠ)


이날만 기다리며 그렇게 일을 했는데... 하... 영화신이시여...


아무튼, <호수의 이방인>이 아닌 다른 작품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맥추>.


자기 일을 잘하고 있는 여성이 결혼 압박에 시달리는데,

불현듯 돌발 선택을 하는 이야기.


항상 그렇지만.. 오즈 야스지로 영화는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매년, 매년 느끼는 바가 달라집니다.


왜 그런 걸까? 


그 의문이 조금씩 해소되는 걸 보면..

나도 이제 나이가 든 걸까…

아니면 영화 보는 눈이 생긴 걸까요.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장면 하나.



바람이 거세게 불고,

농작물이 마구 흔들립니다.


한 여성이 수많은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가

나온 다음의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농작물은…

위태롭기에 더 아름답게 자라는 것일까. 


매년 반복되는 자연이 야속하면서도 신비롭다고.



얘기가 또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저번에 약속한 [김은희 작가님은 어떻게 글을 쓸까?]

두 번째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시간은 영감편으로 아래 글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 시간은 '킹덤편'입니다.


요즘, 킹덤의 새로운 작품 <킹덤: 아신전>이 올라와서

다들 다시금 <킹덤>을 돌이켜보고 계실 텐데요.


아래 글이 그 이해에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출처 : https://youtu.be/7ElIhj4K28I


1.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 좀비는 눈에 보이는 '세균 덩어리'라서 특수한 상황이 벌어진다.


2. 이런 상황에서 여러 캐릭터들이 얽히고, 캐릭터의 끝을 볼 수 있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3. 여기에 '한국'이라는 배경을 섞었다. 그래서 많이들 좋아해 주신 게 아닐까?


4. 좀비는 다른 욕구가 다 거세되고 식욕만 남은 존재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배고픔보단 다이어트를 하거나 거식증 앓는다. 이런 차이가 흥미롭다.


5. 계급 사회인 조선에서 백성은 배고픈 존재고, 급기야 좀비로 변한 슬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6. 좀비는 분명 무서운 존재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킹덤>에선 굶주린 슬픈 좀비로 보여주길 원했다.


7. 참고로 이런 이유로 양반 옷을 입은 좀비는 각본에는 없는 유형의 좀비였다.


8. 그래서, 호화로운 계급인 뚱뚱한 양반이 좀비를 피하다가 좁은 틈 사이를 들어가지 못해 물리는 건 촬영 현장의 아이디어로 보인다. (이 부분은 각본엔 없지만, 양반의 아이러니함을 잘 표현해 줘서 언급한 거로 보임)


9. 장항준 감독 말에 의하면, 김은희 작가는 <킹덤>을 집필할 당시 집에 대동여지도를 펼쳐놓고 글을 썼다고 함. (지역 특성을 살려 각본에 반영한다는 점을 어필한 것으로 보임)



요약하는 과정에서

제가 빈 공간을 채워서 문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약간은 김시선식 왜곡이 일어났다는 점 양해 부탁드리면서


위 얘기를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좀비는 눈에 보이는 바이러스라 무서운데,
한국식 좀비가 되는 과정에서 '배고픔'을 더했고
계급사회인 조선에선 그 '배고픔'이 더 무섭고 슬픈 좀비를 만들어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런 점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김은희 작가 (by 김시선)


듣고 보니, 정말 맞는 얘기죠?


제가 <킹덤>을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한 지점도

바로 저 '배고픔'입니다.


계급 사회에서 백성은 배고플 수밖에 없고,

이는 식욕만 남은 좀비와 매우 유사하죠.


그러니까, 이 말은 이렇게 바꿔도 될 것 같은데요.


바로 백성은 좀비가 되기 전부터 이미 좀비였다고요.


이런 유사한 지점을 포착해서

<킹덤>에 녹이고

'배고픔'과는 거리가 먼 현대인들과의 차이점을

부각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좋아한 것 같아요.


동시에... 김은희 작가의 실력도 느껴집니다.. 어우...부러...워요...


오늘은 김은희 작가의 창작법 2부로 '킹덤'을 다뤄봤습니다.

다음은 '창작'으로 김은희 작가의 창작 비하인드를 요약하려고 하는데...

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언제 요약할지... 최대한 내일 써보겠습니다.

(과연.. 지켜질 것인가...)


오늘은 여기까지, 영화친구 김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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