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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a May 14. 2024

5월

직장인, 미국 변호사 준비 생존기




주말 스터디 가는 버스 안. 찰나의 순간, 모든 게 보였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면서도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아 무덤덤했다.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허무함에 웃음만 나왔다. 그래서 뭐든 후회 없이 하는 거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애쓰는 사람만이 지금에 진심을 다할 수 있다. 변명을 만들지 않도록 분별해야지. Learn to fly, 엘튼 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가끔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을 거야 / 모든 게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겠지 / 가만히 있질 못하고, 이리저리 치여도/ 누굴 탓해야 할지 몰라 / 하지만 우리 인생은 항상 특별한 뭔가가 있어 / 그러니 기운 내, 걱정하지 마, 모든 게 잘될 거야 / 두 손을 높이 들면, 아마 저 하늘에 닿게 될 거야 / 네게 여유를 준다면, 더 높이 날아오를 거야.

“Just keep that head up, don’t you worry, it will be alright.” 그래, 다 잘될 거야. 나다워질 수 있는 일, 나를 위해 주는 사람들,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시간, 다시 채워야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던 4월.



5월이다. 오늘의 내게 필요한 수식어는 단 하나. '그냥' 한다. 오늘이 무겁게 느껴질 땐 타인의 고난을 같은 자리에 놓아둔다. 비교가 아닌, 누군가의 고난과 슬픔 곁에 나의 것을 놓아두면 그 고난이 나를 다독이고, 그 슬픔이 나의 슬픔에게 말을 건네며 고난을 위로한다.


꽃 시장에 들러 꽃을 샀다. 커피 한 잔에 시나몬향 가득한 롤을 입에 넣었다. 눈앞에 남산이 있다.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눈을 감으니 웃음이 나온다. 홀가분하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가벼움인가. 아, 귀하고 충만한 순간이다. 그래 이거였지. 나 이랬지. 나를 되찾기 시작했다. 행복의 방증이다.



다시 앉아 대화를 이어 나간다. 나를 소모하며 한계점을 높여 나간다. 오직 나의 의지로 오늘을 결정하고 나의 시간을 살아낸다. 30분, 90분, 180분. 몰두하는 만큼 단절은 늘어난다. 멀어도 닿아야 할 길을 위해 억누르고 헤쳐 나간다. 지금 같은 균형과 평온을 유지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휘둘리지 않는다. 가다듬고 정진한다.

올바르게, 계속.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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