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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a Feb 28. 2024

2월

직장인, 미국 변호사 준비 생존기




2월도 곧 끝이다. 지금쯤이면 미국이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한국이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자는 편인데 별게 다 짜증 나고 눈물이 나고 서운하고 주눅 들고 대학원 시절을 통틀어 가장 힘든 것 같다.


특출함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안될 것 같은 걸 되게 하려는 나를 볼 때면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밀려오면서도 새벽에 눈을 뜨고 새벽에 눈을 감고 내 선택에 책임지려 안간힘 쓰고 울음을 삼켜 보는데도 노력으로도 더럽게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사력을 다하니 병실이다. 오랜 시간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보다 괴로운 건 지금껏 내가 해 온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라는 걸. 누워 있는 내가 무서워서,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어서, 이 모든 걸 피하고 싶어서 며칠 내내 잠만 잤다. 그런 내게 귀인이 보내준 메시지. 웹툰 <부기영화>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고작 글씨로 채워져 있는 종이 뭉치에 푹 빠져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고, 어떤 사람들은 유치한 영화를 보면서 열광하고 심지어 장난감까지 수집합니다. 잔디밭에서 22명이 작은 공 하나를 차려고 발버둥 치는 행위에 수십억 명이 열광하고, 매일 저녁 TV 앞에 모여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하죠. 퇴근 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시계를 보고, 나를 사랑하는지 확신조차 없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고민합니다.

이 중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 이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총합을 우리는 삶이라 부릅니다. 그러니 떳떳하게 원하는 곳에 애정을 쏟으세요. 그것이 삶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주진 못해도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으니까요."


절묘한 순간마다 절묘하게 잡아주는 사람들. 목구멍이 눌리는 듯했다. 그 말들이 곧 나에 대한 사랑이란 걸 알아서, 그걸 알게 된 나이가 되어 버려서, 그 표현들이 벅차고 감사해서 한참을 울었다. 덕분에 도망가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다. 고마워요. 잘 될게요. 그리고 잊지 않을게요.


선택이 어려운 건 확률과 가치를 알 수 없기 때문인데 어차피 나는 평생을 가도 그 확률과 가치를 알 수 없다. 때문에 어떤 길을 선택하든 과거의 나를 미워하지 않고 가둬두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제 풀에 떨어져 나갈 뻔했지만 돌아나갈 길이 없어 전진하고 그럴수록 더 간절해지고 이렇게 미쳐도 겨우 될까 하는 내가 싫고 그렇다고 다시 하라면 결코 못할 것 같은 2월이었다. 덕분에 5개월 간의 과정을 무사히 끝냈다. 슬슬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정말 수고했다. 잘 가,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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