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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는 자아를 찾아가는 양치기 산티아고의 여행기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산티아고. 그는 어느 날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 해몽을 잘한다는 집시 노파에게 물으니 보물을 얻게 되는 꿈이라고 한다. 대신 피라미드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산티아고는 집시는 다 사기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광장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노인도 보물을 찾고 싶냐며 말을 거는 것이다. 산티아고는 이 노인도 집시일 거라며 무시하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어느 마을의 왕이었다. 늙은 왕은 자아의 신화를 살려는 산티아고를 위해 보물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은 표지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만물은 표지이고, 표지를 읽을 줄 알아야 보물을 찾을 수 있다고. 그렇게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는 과정에 세상 모든 만물이 자아의 신화를 이뤄내려는 자신을 위해 하나의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끝까지 보물을 향해 모험한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아의 신화를 추구하는 사람의 끈기와 용기를 시험하는 시련뿐이라는 것을. 그 때문에 그는 서두를 수도, 초조해할 수도 없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신이 그의 앞길에 준비해놓은 표지들을 못 보고 지나갈 수도 있었다.”
생전 처음 카지노에 갔다가 초보자가 돈을 따는 경우가 있다. 늙은 왕은 이런 일을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한다. 이런 기이한 운이 사람들을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하고 자아의 신화를 찾도록 한다. 하지만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그 사람이 그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을시험해보고 싶어한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때가 바로 많은 사람들의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은 이제 끝이 났다고 여기게 만든다. 이렇게 ‘초심자의 행운’ 뒤에 주어지는 ‘가혹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자아의 신화는 끝나버리는 것이다.
반면에 산티아고는 늙은 왕으로부터 알게 된 표지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세상 모든 만물은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는 걸 알았다. 그 수단은 어떤 사물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과의 만남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나무를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 의해 깨달음을 얻는 이유이다. 우리가 자아의 신화를 향해 갈 수 있도록 곳곳에 방향표가 남겨져 있는 것이다. 산티아고는 이를 알았기에 어느 역경이 주어져도 치뤄내야 하는 통과의례로 여기며 끝까지 표지를 놓지 않았다. 죽음의 그늘이 그 앞에 들이밀어도. 그 결과, 산티아고는 자신의 자아의 신화를 모두 이뤄내는 연금술사가 된다.
산티아고의 여행길처럼 우리의 인생길에도 수많은 표지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가혹한 시험’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할 뿐이다. 대가가 두려워 도전을 포기한다면 내 삶의 보물을 얻을 수 없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만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은 자아의 신화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자비로워서 표지를 통해 수많은 여로를 밝혀주기 때문이다. 꿈을 향해가는 삶이 막막해 보이는 것도 두려움에 의해 표지가 가려져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은 어쩌면 연금술일지도 모른다. <연금술사>를 통해 납을 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진짜 연금술을 배워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