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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청서 Sep 25. 2021

[미국남부로드트립#3]유령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사바나, 조지아 - 유령 투어

사바나 (Savannah, Georgia) 다운타운을 저녁에 걷다 보면 삼삼 오오 사람들이 공원에 모이는 걸 볼 수 있다.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 그룹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데.

대부분은 워킹 투어 그룹들이다. 요즘 관광 도시들에는 에어비앤비 체험 등을 통해서 그 지역 로컬 가이드를 따라 걸어 다니며 그 도시의 이야기를 듣는 워킹 투어들이 참 많다.

여기 사바나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 중 하나는 단연 고스트 투어로 보였다.

유령 투어라고나 할까.


사바나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사바나는 '할로윈에 방문할 도시'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유령과 귀신 이야기들이 도시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그와 관련한 투어들도 굉장한 인기다.


그럼 우리도 해 보자, 고스트 투어!


라고 해서 멋도 모르고 인기 있어 보이는 고스트 투어를 덥석 신청했다.

바로 Sorrel-Weed House라는, 사바나에서 가장 크고 유래 깊은 맨션의 유령 투어.

참고로, 포레스트 검프의 오프닝을 이 맨션의 옥상에서 찍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투어는 밤 10시에 시작해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다.


투어 시작 시간 5분 전, 체크인을 하고 짝꿍과 정원에 앉아 우리가 어디에 있나 검색을 해 봤는데.

'북미에서 가장 귀신 들린 (haunted) 집'이라는 단어가 종종 보였다.

에이... 설마.... 라며 웃었지만 왜인지 으스스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쩐지 모르게 으스스한 Sorrel-Weed House

우리는 말하자면 '입문용 투어'인 밤 10시 투어를 택했는데,

밤 11시 반부터 새벽 4시 즈음까지 이어지는 심령 연구? (paranormal investigation) 티켓도 판다. 알고 보니 심령 조사팀 프로그램 (TAPS) 이 2005년 할로윈 특집으로 여기에 떠도는(?) 심령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우리는 투어 들으면서야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이미 관심 있어서 알고 온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나는 믿거나 말거나, 이왕 왔으니 즐기자, 분위기였지만

짝꿍은 투어 내내 혼란스러워했다.

투어 가이드가 위 사진에 있는 큰 거울에서 예전에 투어 하던 사람이 찍은 심령사진을 설명하며 보여주는 등 매우 차분한 톤으로 심령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니까 짝꿍은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이 투어 가이드 분은 이걸 얼마나 진심으로 믿으시는 걸까, 의문이 들어 영 불편한 기색이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이 글 대문 사진은 "그림자 복도 (shadow corridor/passage 기억이 가물)"라고 하는데, 병사의 형태를 한 매우 큰 형상이 이 복도를 천천히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여러 번 발견되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투어 가이드가 이야기했다.

내가 미루어 짐작컨대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 중 절반은 재미로, 절반은 혹시나 (귀신 체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참여하는 듯했다.

투어로 들르는 방마다 여러 심령 체험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쉽게도(?) 우리 그룹 중 특별히 기이한 현상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심령 체험 테마로 꾸며진 투어이지만,

이 맨션에 얽힌 역사와, 그리고 소설로 쓰였다고 해도 너무 드라마틱하다고 이야기할법한 비극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들이 직접 살았던 집 안에서 들을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기억에 남을만한 투어라고 하겠다.

특히나 비운의 역사로 가득한 예전 노예들의 숙소에서는 다들 숙연해졌다. 한으로 가득 찼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공간이니 말이다.


사바나에서 고스트 투어를 찾고 있다면, 역사가 가미된 심령 체험의 기회를 찾고 있다면, 추천할 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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