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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Dec 02. 2022

최근 봤거나 보는 드라마(창란결, 경경일상)

중드리뷰

창란결 

한창 인기 많던 창란결, 저도 봤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재밌어서 홀린 듯 본 것 같아요. 중드 특유의 얼토당토 안한 설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지껏 본 적 없는 츤데레 남주 캐릭터와 그에 대해 천연덕스러운 리액션을 보여주는 여주 캐릭터가 재밌었거든요. 


자, 설정은 이렇습니다. 세계관 최강자, 삼계의 월존, 대목두인 ‘동방청장’은 호천탑에 봉인되어 있어요. 근데 어느 날 하급선녀 소란화가 호천탑에 떨어지면서 동심주술에 걸려버려요. 이 동심주술이란 이런 겁니다. 소란화가 겪는 생각, 감정, (신체적인) 아픔 기타등등을 동방청장은 느낄 수 있으나, 소란화는 몰.라.요. 그리고 두 사람의 첫 만남 때 사고로 입맞춤을 하는데, 왠일인지 두 사람의 몸이 바뀝니다. 이 초반 설정 때문에 빚어지는 상황들이 진짜 웃겨요.(이 드라마의 장르는 코믹인가? 보통 선협물은 눈물콧물 빼는 장르 아닌가? 왜 창란결은 빼꼽을 빠지게 할 작정인 거지? 싶달까요.)


여튼 동방청장이 동심주술에 걸린지 모르는 소란화는, 동방청장이 그 대목두인지도 모릅니다. 소란화에게는 그저 사명전에 눌러앉은 대강씨입니다. 소란화가 울면, 동방청장도 (생리적으로) 눈물을 흘리고, 소란화가 다치면, 동방청장에게도 상처가 생기고, 그 시절 ‘다모’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남주예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소란화를 달래주고, 소란화를 보호하고, 의도치 않게 심쿵멘트도 날리게 되죠.


거기다 놀러간 스승을 대신해서 사명전을 지키고 있는 소란화가 명부도 복구해야하기 때문에, 소란화의 컨디션도 살뜰히 챙기는 동방청장. 원신이 난초인 소란화를 위해, 신계에서 가장 조망권이 좋은 궁 옥상에 데려가 햇빛도 쬐어주고, 아침마다 한땀한땀 이슬을 받아 소란화에게 멕이기도 하죠. 분명 시작은 이랬는데, 어느새. 칠정을 끊어낸 동방청장의 마음에 소란화가 살포시 들어오죠. 선협물이기 때문에 이를 실제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동방청장의 눈 덮인 심연에 소란화가 들어와 칠정나무에 손을 살짝 대자 파란잎이 나기 시작하죠. 


이후에는 선협물답게 두 사람의 앞에 이런저런 고난이 찾아오고, 인간계에도 가고, 각자의 소명 때문에 사랑을 숨기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일련의 과정이 쭈욱 펼쳐집니다. 그 과정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어느새 파란잎이 만개한 칠정나무와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는 자신의 심연을 보게 된 동방청장의 표정이었어요. 놀람+허탈+인정이 섞인 표정이었달까요. 


초반의 신선함에 비해,(아는 맛인데도 이상하게 새롭다) 후반부는 평이했던 것 같아요. 소란화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소란화 특유의 통통튀는 매력을 보지 못할 때는 좀 지루하기도 하고. 칠정이 깨어나면서 더 이상 업화를 쓰지 못하게 된 동방청장이 (도라이스러운 매력과 우주최강자다운 뻔뻔함을 버리고) 선협물 특유의 지고지순한 희생만랩 남주가 되었을 때도 무난무난하게 봤던 것 같아요.  


삼생삼세십리도화, 유리미인살, 이런 선협물 보던 시절에는 눈물콧물 쥘쥘 짜면서, 고구마 산맥 넘을 때는 막 괴로워하면서 봤던 것 같은데, 최근의 선협물들은 비교적 무던하게 보는 것 같아요. (이것은 저의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작품들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막판에 죽었던 주인공이 뿅하고 나타나도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대강씨와 소란화 보고 싶어서라도 초반부는 다시 돌려보게 될 드라마였습니다.



경경일상 

현재 아이치이 방영중인데, 천천히 보고 있어요. 다음 회를 홀린 듯이 누르면서 보게 된다기보다 그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 것 같아요. 다만 설정이 좀 재밌달까, 묘하달까. 


구천 중에 남녀차별, 적서차별 제일 심한 신천을 으뜸에 세워놓고, 그곳의 궁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딱히 궁중극 같지는 않아요. 궁중극, 가족극 특유의 시기, 질투, 암투가 없다시피 하거든요. 저런 시대착오적인 배경을 심어놓고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대적이랄까요. 


우선 처첩간의 갈등 없습니다.(아, 적장주 부인이랑 학가 정도 있겠네요. 근데 여기도 점점 그린라이트일 것 같지 않아요? 학가가 흑화하지 않는 이상?) 모든 정부인, 측부인, 동서, 형님 간에 서로 돕고, 이해하고, 연대합니다. 


저는 잘생기고 능력있고 신분도 고귀한 남주가 비교적 평범한 여주를 좋아하는 건 그냥 장르적 특성이니 하고 보게 되는데, 저 무질투, 무갈등 상태의 여성간 연대는 이상적인 판타지로 느껴지더라구요. 


여튼 배경 설명은 이쯤하고, 신천의 6소주는 제천의 이미를 측부인으로 들이게 됩니다. 병약하고 정치적 기반도 약한 6소주에게 신천주가 옛다하고 이미를 맺어줬을 수도 있고, 우연히 만난 이미에게 호기심(?), 호감(?)이 생긴 6소주가 이미를 점찍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6소주는 정부인이 따로 없는 미혼인 상태였는데, 이미가 측부인으로 들어가게 된 건 아마도 신분이 낮아서겠죠? 


여차저차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이런 일 저런 일을 함께 겪는데, 그 과정에서 이미의 요리지식(?)과 먹성(?)이 의도치 않게 실력발휘를 하기도 하고, 6소주는 그간 숨겨뒀던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며 차근차근 정치적 기반을 쌓아가죠. 대천, 금천 남의 나라까지 가서 미모와 능력을 뽐내는 바람에 6소주에겐 결혼 제안도 심심치않게 들어와요. 그러나 우리의 남주 6소주 마음엔 온리 이미뿐입니다. 


이런 6소주가 이미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이미를 고향으로 보내주기로 한 약속으로 인해 벌어지는 내적갈등이 이 드라마의 백미인 것 같아요. 백경정 배우의 멋쩍, 수줍, 그러다 귀여운 매력으로 이를 표현합니다.  


여튼 초반에는 마음을 말하지 못해서 그렇다치고, 서로 마음을 확인한 후에도 두 사람은 참 내외합니다. 원영군주가 정부인이니 선을 지키자니요;; 고백을 못할 때는 고백을 못해서, 고백을 하고는 서로의 본분을 지켜야해서, 언제 부부되냐구요;; 


여튼 6소주는 이미를 정실로 세우고 싶지만, 원영군주가 치고 들어와 이는 좌절되고, 두 사람에게 고난이 찾아오나 싶은데, 아시죠? 여성간의 연대. 심지어 원영군주의 포지션도 이미의 선생님입니다. 이미가 정실의 자격을 가질 때까지 원조해주는 아군이었던 거죠.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운 작가님)


5소주와 상관정 관계도 재밌고, 3소주와 해당제제&21절기낭자 관계도 재밌고, 그래서 그런지 고장극답게 등장인물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명한명 잘 각인이 되더라구요. 


앞으로 이미가 정부인도 되어야 하고, 6소주의 야망은 신천주일까요? 갈길이 머네요. 


원래 목표는 4편 쓰는 거였는데, 오랜만에 리뷰를 남기다보니 시간이 많이 드네요. 나머지 2편은 추후 찾아오는 걸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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