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우지우 Dec 15. 2022

[풍취반하] 장사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3)

중드리뷰

풍취반하 반하에 부는 바람()


4. 주변인물들의 활용      


주인공은 쉬반샤지만 주변인물들이 정말 중요한 드라마고, 이들의 활용도 좋은 편입니다. 앞서 고전극의 인물구성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다른 게 있습니다. 풍취반하에는 원탑 희생남주가 없거든요. 자신의 목숨과 재산과 지위와 모든 걸 다 내어주는 그런 희생만랩남주는 없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런 남주 보려고 선협물이나 고전극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쉬반샤를 둘러싼 남자인물들은 많아요. 그러나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주인공 쉬반샤를 위해 기능을 하는거지, 이 사람이 남주로구나 싶은 인물은 없습니다. 물론 로맨스의 대상인 자오레이가 있긴 하지만, 남주라고 하긴 아쉬워요. 자오레이는 정말 현실적인 남자거든요.      


극 초반 자오레이가 쉬반샤에게 자금을 투자할 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조건을 걸죠. 한마디로 선뜻 돈을 주지 않고 재고 또 재요. 근데 뭐 사업하고 투자하는 사람이 당연한 거잖아요? 그러나 극 초반부터 쉬반샤와 자오레이 사이의 그 미묘한 이성적 텐션 때문에, 자오레이가 애매하게 남주의 위치에 서 있다보니, 재고 또 재는 저 상황이 답답합니다. 로맨스가 터지지도 않고, 사업적으로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니깐요.      


그러다가 결국 쉬반샤 홀로 북쪽에 남았다는 사실을 자오레이가 알게 되고 (추비정에게) 열폭을 하는데, 이때 좀 짜릿하더라구요. 오호~ 너 쉬반샤한테 마음 있었던 거 맞구나. 빙고! 이런 느낌이랄까요? 이후 쉬뱐사가 흑해까지 건너가서 마지막 도박을 걸자 그때는 쾌척하죠. 아마도 이때는 자오레이가 이미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고 쉬반샤에게 마음을 굳힌 것 같아요. 그리고 이후로는 로맨스 남주 길 좀 걷자 싶지만, 제철소 입찰 때 또다시 현실적인 그의 면모가 나옵니다.      


이때도 저는 아리송하더라구요. 정말 자오레이가 그 제안들을 거절할 각오를 하고, 오로지 쉬반샤의 파산을 막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전 잘 모르겠어요. 둘 다이지 않을까요? 자신의 이득도 챙기고, 사랑하는 여자의 미래도 걱정되고. 그래서 그런 애매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국 쉬반샤가 결별까지 선언하자 정신차리고 그 제안들도 거절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후로도 자오레이 본인이 잘난 남자다보니, 자신의 지위나 커리어를 쉬반샤를 위해 포기하는 일은 없습니다. 늘 쉬반샤에게 결별통보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리는 남자랄까요. 그럼에도 그렇게 두 사람은 현실이 허락하는 선에서 계속 사랑을 이어갑니다. 쉬반샤가 혼전 재산 공증을 먼저 얘기했을 때는, 그들만의 사랑방식을 쉬반샤가 받아들였구나 싶어서, 씁쓸+당연하다고 느꼈어요. (자오레이 너 이제 희생남주할 기회를 쉬반샤가 주지도 않는다고ㅋ)      


오히려 희생남주에 가까운 캐릭터는 천위저우라고 생각합니다. 쉬반샤와의 로맨스는 1도 없지만, 늘 쉬뱐샤 곁을 지키면서 물심양면으로 내조를 하는 느낌이에요. 바깥일 하느라 바쁜 쉬반샤를 대신해서 (집안일이 아니라) 회사의 내적인 문제들을 홀로 다 짊어지고 처리해요. 그러다 결국 병을 얻습니다. 아마 풍취반하 시청자들의 눈물지분 다수를 천위저우가 차지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좀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자면 쉬반샤의 사업일대기 1막을 닫으며 사라져야 할 캐릭터였기에 극에서 퇴장을 시킨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엄청나게 공을 들여 극중 인물들과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천위저우와의 이별을 준비시키고, 이 과정을 보여줍니다. 천위저우의 가짜애인이 홀가분하게 떠나는 것과는 반대로, 쉬반샤는 천위저우를 계속 기억해야 할 사람이죠. 그리고 이것을 천위저우의 꿈을 쉬반샤가 이어가는 것으로 스토리상 진행을 시킵니다. 그러면서 쉬반샤의 사업일대기 2막이 펼쳐지는 거죠.      


다음은 퉁샤오치입니다. 퉁샤오치에게 쉬반샤는 첫사랑이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런 로맨스 1그램은 스리슬쩍 묻히고, 대장과 의동생 관계에 머뭅니다. 쉬반샤와 천위저우처럼 끈끈한 관계는 아니지만, 여기도 서로가 서로를 끝까지 안고 가는 관계예요. 그래서 초반엔 예묘가 쉬반샤를 경계하기도 하죠. 그러나 이것도 쉬반샤가 예묘를 회사에 발탁하면서 스리슬쩍 해결합니다. 그러면서 예묘의 엄마, 가오회장과의 관계도 쌓아가죠. (이런 문어다리식 인간관계 확장 및 스토리 빌드업이 나름 재밌습니다.)      


퉁샤오치-예묘 문제로 쉬반샤와 가오회장이 첫 대면할 때부터 왠지 저 두 여인, 같이 일을 벌이겠구나 싶었는데, 비슷하게 흘러가긴 합니다. 그러나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쉬반샤의 사업파트너는 우젠서, 추비정이죠. (저는 차라리 두 여자 같이 사업을 해라 싶었는데;;)     


아, 할말 많은 네 남자. 우젠서, 추비정, 궈치동, 펑거. 이 넷과 함께 쉬반샤가 북으로 고철을 사러 떠나면서 이 모든 일이 펼쳐졌고, 이때부터 이 다섯 사람은 불가분의 운명공동체가 됩니다. 정말 이해관계로 돌아가는 관계인데, 그럼에도 중국 특유의 따거-슝디 관계이기도 합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그만큼 약점도 쥐고 있고, 이걸로 서로를 공격해 궁지에 몰려서야 다시 협력하고, 이걸 끊임없이 반복하는 관계예요. 징글징글하죠.      


또 다시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자면, 쉬반샤가 저 넷을 끊어내야만 사업이나 인생이 평탄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러면 드라마가 굴러가지를 않겠죠. 저들 중 추비정-궈치동 이들의 관계야말로 정말정말 이해관계로 점철된, 그러나 어찌보면 가장 진실된 관계가 아닐까 싶었어요.      


5. 그럼에도 참말 보수적이고 참말 중드다운 결말      


이야기 빌드업 과정이 재밌다고 방심의 끈을 놓으면 안 됩니다. 중드(특히 현대극)의 경우 후반부로 갈수록 중국이로구나 싶은 게 속속 나옵니다. 일단 저는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보수적이라고 느꼈어요. 작게는 유학을 앞둔 가오신이가 임신을 해서 눌러앉는 것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우젠서, 추비정이라는 기성세대를 쉬반샤가 품는 것까지 포함해서요. 그리고 그간 멋진 녀성이자 엄마이자 본보기 같은 어른이었던 가오회장의 입을 통해 체제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도 자주 나와요. 결국 국가의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정진해야한다는 식의 분위기는 덤이죠. (전 아직도 니시아적영요의 항공우주 결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러나 이런 듕국듕국스러운 분위기 위에 얹어진 정서는 회한의 정서입니다. 극중 쉬반샤의 가장 약하고 솔직한 마음이 스르르 나온 대사는 ‘사실 나도 내 즐거움이 뭔지 모르겠어요’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젠서의 제철소를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오레이가 여기까지 오면서 당신의 즐거움, 성취감이 뭔지 생각해봤어요? 당신이 감당하고 희생한 건 아무도 몰라요. 라고 말했을 때 쉬반샤의 대답이었죠. 그리고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대사를 막화에서 우젠서도 합니다. 무엇이 나를, 그리고 너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쉬반샤에게 너는 엉킨 장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죠.      


쉬반샤는 변혁의 시대를 지나온 장본인이자, 우젠서 같은 윗세대에게 현재를 이어받아, 쑤궈량 같은 다음 세대에게 미래를 건네줄 중간자입니다. 그것도 자신과 윗세대의 엉터리 장부를 정리해서 다음 세대에게 건네야 하는 책임이 있는 세대죠. (이게 결국 개인의 영달보다 책임지는 자세로 나라부강&발전에 이바지하라는 메시지로 연결되다 보니...;;) 그리고 극중 모든 인물들이 책임을 지며, 의도치 않게 권선징악적 마무리가 됩니다.  


여튼 오랜만에 빠져들어 열심히 본 작품이라 주절주절 써보았습니다. 이만 마칠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풍취반하] 장사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