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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소 Oct 14. 2022

중산간에서 출퇴근합니다 #2

하늘과 바다와 땅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제주에서 살길 잘 했다 라고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중산간에서 출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가 풀리지 않는 일에 막막하다가도,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퇴근길에 차 창문을 다 열어놓고 좋아하는 노래를 아주 크게 틀어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제주의 일몰을 바라보며 운전을 하다보면 마음이 그냥 풀려버린다.

출근을 할 때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있어서 홀리듯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실은, 풀리는 것 이상으로 아름다움으로 마음이 충만하게 채워지는 것 같다.



이곳은 일터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항상 들르게 되는 나만의 스팟이다.

이 곳은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하늘과 바다와 땅의 경계가 사라진다. 마법같은 순간.

별처럼 떠있는 저 불빛들은 한치잡이 배들이다.

자주 들르는 이 스팟에는 차를 세워둘만한 조그마한 주차장이 있다.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자동차 창문을 다 열어두고 노래를 최대 크기로 틀어놓는다.

이 날은 Poor Clare Sisters Arundel의 Gaze, Consider, Contemaplate 란 곡이다.

아주 성스러운 음악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Gaze, Consider, Contemaplate'란 단어가 반복해서 나온다. 이 제목의 뜻처럼

현실을 응시하고(gaze), 생각해보고(consider), 오랜 시간동안 깊게 생각한다(contemplate).

어둠으로 가려져, 땅과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어딘지도 모를 정도로 모호할 때.

바로 앞에 있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생각하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깊게 생각의 갈래를 따라가다보면,

이 어둠 속에 가려진 모호한 것들 사이에서도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을거다.

https://youtu.be/QTytITpuh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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