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로3번길 「지리산 산나물」
지리산은 전남의 구례와 전북의 남원, 경남의 하동과 함양, 산청에 이를 정도로 가장 '넓은' 산이자 부속도서를 제외한 대한민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면적이 넓은 만큼 천왕봉과 노고단 등 1천 m 이상의 높이를 자랑하는 봉우리만 해도 20여 개가 넘는다. 봉우리는 높고 골짜기는 깊은 데다 토질이 바위보다는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종 약초가 자생하기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소설이 갖는 허구적 상상력이긴 해도 소설, 「동의보감」의 인물인 신의(神醫) 유의태 선생이 활동했던 공간적 배경이 지리산이 품은 산청이란 것도 이러한 나름대로의 개연성을 품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찌 됐든 서울 인근에서도 지리산 약초를 근간하여 바르고 귀한 밥상을 차려내는 곳이 있으니 바로 김포시 고촌읍에 소재한 「지리산 산나물」이란 식당이다.
지리산에서 직접 공수한 산나물과 흑돼지, 삼천포에서 잡아 올린 제철 생선으로 올바르고 반듯한 밥상을 차려내는 작은 동네 밥집인데, 그릇에 담긴 정성과 아우라가 범상치 않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편에 흙으로 빚어낸 그릇이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으면 주인장은 다래순으로 끓여낸 시원한 찻물을 내준다. 다래순은 소화와 변비 등에 효험이 있고 특히 고혈압과 간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미 이만큼의 경험만으로도 이 집의 진가(眞價)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주문한 음식은 7가지 산나물을 올린 '산나물 비빔밥'과 지리산 흑돼지의 꼬수한 기름으로 구워낸 '더덕구이'이다. 주인장께서 친절하게 비빔밥에 올린 다래순, 산뽕잎, 표고와 산두릅 등 산나물의 이름과 먹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신다.
밥을 비비기 전 각각의 나물을 우선 맛보라 일러주셨는데, 입에 넣자마자 눈이 동그래진다. 통상 집에서 무친 나물은 참기름과 다진 마늘의 강한 향에 가려지는데, 이 집은 간을 하지 않은 데다 지리산 약초 마을에서 공수받은 신선한 나물의 어린 순만 골라 밥상에 올리기 때문에 나물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잠들어있던 입 안의 미각 세포를 번쩍 깨우고, 주인장이 직접 담그신 특제 비빔 간장을 한 바퀴 둘러 비벼낸 뒤 된장 양념 콩잎으로 감싸 입에 넣으니 극락이 따로 없다.
표고와 황태를 삶은 물에 미역과 두부를 넣고 끓인 국도 잘 지은 보약 한 첩 먹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보통 건강한 맛이라 하면 몸에는 좋을 것 같지만 맛은 없다라는 관념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이 집의 음식은 그 관념마저도 가뿐히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지리산 봉우리와 골짜기가 담긴 이 한 그릇에 담겨 있으니, 오늘도 귀한 밥상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었다는 생각에 행복한 감정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