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오찬 Jun 09. 2021

문창후 최치원 이야기에 상상력이 더해진 약선 음식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찻잎마술


하동은 제주, 보성과 더불어 대표적인 차 산지로 국내 생산량의 3할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하동군 화개면 도심다원의 국내 최고 차나무

신라 흥덕왕 시절 당나라로부터 차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 남쪽에 심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하동군 화개면에서 수령 1천여 년의 차나무가 발견되며 차의 시배지라는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차나무가 제대로 생육하려면 물이 많이 필요한데 땅에 물이 고이면 오히려 차의 맛이 옅어져 싱거워진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 지역인 하동군 화개면과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면은 대부분 땅이 산지라 물이 고이지 않고 쉬이 흘러내리는 데다 섬진강을 끼고 있어 물안개가 많아 예로부터 야생 차나무가 많이 나는 지역이다.


화개장터에서 십리 벚꽃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쌍계사 인근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녹차>를 베이스로 약선 음식을 하는 식당이 있으니 바로 오늘 경험한 <찻잎마술>이다.


신라시대 문장가이자 한반도의 최고 천재라 일컫는 최치원의 초상

주문한 음식은 <고운 비빔밥>과 <별천지찜>이다. 언뜻 들으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예상하기 어려운 이 음식에는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통일 신라시대 문장가 <고운 최치원>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나이 마흔에 세상과 관직에 염증을 느껴 전국을 방랑한 최치원 선생은 합천, 부산 등으로 방랑을 하였는데 유독 하동에 최치원 선생의 흔적이 많다고 한다. 하동에 터를 잡고 가문이 내려온 지 벌써 반 천년이라는 정소암 대표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음식과 최치원 선생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냈다.


위로부터 고운비비밥과 별천지찜

 <고운 비빔밥>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상황을 상상하며 통들깨와 제철 푸른 채소에 청국장으로 담근 간장으로 비벼먹는 음식이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들깨의 식감과 녹차 발효 소스로 무친 채소의 향연이 정말 기가 막히다.

최치원 선생이 <호중별천>이라는 저서에서 “동방나라 화개동은 속세 떠난 별천지”라 표현한 것에 착안하여 통삼겹살에 녹차 소스와 찻잎을 넣고 쩌낸 음식인데 <동파육>과 비슷하지만 풍미는 오히려 별천지라 할 수 있을 만큼 한수 위라 생각한다.


식전에는 차씨 오일과 차꽃 꿀을 주고, 식후에는 바깥어른께서 직접 우려낸 차를 대접해주시는데 처음과 끝이 특별하니 음식을 먹었다기보다는 “서사시 한편을 낭송”한 느낌이다.


한국은 국토의 7할이 산이라 나물 음식이 발달했는데 의외로 간장과 된장, 고추장과 마늘이라는 조합으로 특별나게 새로운 맛을 내기가 어려운데 이 식당의 나물 반찬 십 수 가지는 나물 본연의 맛과 녹차 비법 소스의 조합으로 모두 제각기 개성 있는 맛을 자랑하고 있다.


지역의 특산품에 전설적인 인물의 이야기가 더해졌으며, 다시 요리 연구가의 솜씨가 가미되니 하동에 왔다면 꼭 이 집에서 <찻잎으로 만들어낸 마술 같은 맛>을 누려보라 권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허준과 산청의 약선한정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