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순못길 114-7 「이북식 손만두 국밥 」
파주시 다율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이북식 손만두 국밥」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이북 지역의 탕반 문화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식당이다. 이곳은 본래 인천 부평 청천동에서 오랜 세월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었으나, 재개발의 물결을 피해 파주로 둥지를 옮긴 노포이다.
파주는 속초의 아바이마을이나 강화의 교동도처럼 실향민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정착한 지역은 아니나,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 속에서 임진각, 도라산역, 판문점 등 남북 분단의 상징적 장소들이 위치한 곳으로, 실향민들에게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적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인천에서 국밥을 내던 시절에도 그 인기가 적지 않았고, 무리를 해서라도 좀 더 접근성 좋은 곳으로 식당을 이전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텐데 서울의 북쪽인 파주로 식당을 이전했다는 것은 분명 이 집 음식의 지향점이 「실향민」의 음식이라는 문화적 아이덴티티도 작용했을 거라 본다.
만두는 중국으로부터 전해졌으나, 이후 한반도의 만두는 우리네 전통 음식문화인 「탕반」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해왔다. 우리는 만두를 찌거나 굽는 조리법보다 국으로 끓여 먹는 방식을 널리 사용하고 있고, 만두를 먹고 난 다음 그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는다. 중국에도 우리네 만둣국과 비슷한 훈툰탕이 있으나 우리처럼 그 국물을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한국인들처럼 만두를 부숴서 국물에 말아먹지도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예 밥이 말아져 나오는 형태로 제공되는 이 집의 「이북식 손만두 국밥」은 특별하다. 만둣국과 밥을 함께 탕반 형태로 내는 집을 꼽으라면 당장 기억나는 곳이 남양주의 '어랑손만두국', 구리의 '묘향만두', 양평의 '회령손만두'가 있다. 이들 식당에서는 뚝배기에 만두와 각종 채소를 넣어 얼큰한 탕반으로 내고 있기는 하나, 이 집처럼 맑은 국물에 꾸미(고명)를 얹어내는 「이북식 온반」의 특징을 선명하게 담아낸 만두국밥집은 이곳이 유일하다.
남쪽의 국밥은 다양한 재료를 넣어 함께 화르륵 끓여내는 형태로 대체로 맛이 진하고 풍미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인 반면 이북의 온반은 추운 기후와 검소한 식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 국물은 맑게 끓여내되 국물과 별도로 독립적인 풍미를 제공할 꾸미로 전체적인 간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국밥에는 큼지막한 만두가 서너 개, 꾸미로는 기름기를 뺀 제육이 올라간다. 육수는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도 풍부한 담미를 자랑하는데 여기에 두부와 숙주, 돼지고기로 순하게 만든 만두를 부수고 빨간 제육 꾸미를 풀어헤치면 애초 서빙되었던 「얌전한」국밥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최근 들어 이북식 온반을 내는 평양냉면집이 보이긴 하나, 아직도 다소 생소한 이북식 온반을 꾸준히 내온 집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벽면에는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의 사인지가 걸려 있는데, 고향 생각나서 왔는데 고향맛이 난다는 새터민의 문구가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