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흥’의 민족이라는 말이 있다. 그 이름에 걸맞게 공연장에서도 자신의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한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연장 내의 거의 모든 관객이 하나 되어 노래하며 공연에 스며든다. 이런 집단적 현상을 우리는 목적이나 행동을 같이하는 무리를 뜻하는 ‘떼’와 노래를 의미하는 한자 ‘창(唱)’을 합성하여 ‘떼창’이라고 한다. 떼창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공연에서 지속되며 관객들의 공연을 즐기는 주된 방법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흥’이 많은 민족적 특성에서 발전해온 떼창 문화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예전에는 대중가요 프로그램 녹화 중에 ‘떼창’행위가 오디오에 녹음이 되어 방송으로 함께 송출된다며 이를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돌 산업이 발전하면서, 노래에 팬들이 따라 부르는 부분을 지정하여 응원법으로 공지하는 등 떼창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응원법을 외치면서 팬들은 무대 위에 있는 가수와 노래로 소통하고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가져 건강한 팬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노래를 통한 소통에 관한 예시로는 아이돌 그룹 비투비(BTOB)의 사례가 있다. 이들은 팬들의 응원법을 화음으로 만들어 자신들과 무대를 함께 꾸며 나가는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이 퍼포먼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은 팬들의 마음과 정돈된 방송을 원하는 제작진의 바람이 모두 충족된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떼창 문화는 이렇게 케이팝(K-POP)의 물결을 타고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로까지 진출했다. 케이팝 아이돌 그룹들의 해외 콘서트에서는 외국인 관객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가사를 외워 공연장에서 열심히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케이팝과 더불어 외국인에게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까지 높이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공연 문화인 ‘떼창’을 접하게 된 해외 아티스트의 반응은 어떨까? 2018년에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활동했던 그룹 퀸이 올해 1월,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 퀸이 입국하던 날, 인천국제공항에 마중을 나간 한국 팬들이 ‘위 아 더 챔피언’을 떼창하는 이벤트를 했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여 개인 SNS에 올리며 “감사하다, 정말 놀라운 환영이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 에미넴도 2012년 내한공연에서 자신의 영어 랩을 떼창하는 한국인들을 보고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려 보답했다. 이렇게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떼창 문화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오롯이 공연자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오는 관객도 있을 것이며, 이는 개인의 취향 차이이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떼창을 함으로써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소리의 에너지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래에 관객들의 목소리가 더해지고, 비로소 풍부한 사운드의 공연이 완성된다. 떼창은 공연자와 관객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방법이고, 노래에 관객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공연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고문헌
1) 신진아, 「퀸, 5년 만에 내한 "위 아 더 챔피언" 떼창에 정말 놀라운 환영"」 『파이낸셜 뉴스 』 2020.01.16
2) 오기쁨, 「팝 스타도 감동시킨 '떼창'의 민족」 『VOGUE 』 2019.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