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디자인은 공통점이 많다.
영화를 좋아하는 디자이너로서, 이런 주제는 흥미롭다. 단순히 영화를 만드는 스탭 중에 디자이너라는 직책을 가진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엔딩 크레딧을 보면 미술, 소품, 분장, 의상, 영상, 후반작업 등 디자인 영역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기는 하다. 영화 장르 중 SF 쪽에서는 특히, 새로운 물건이나 환경 등을 창조해야 하는 분야라서 더욱 디자인에 비중이 많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보다 거시적 관점으로 보자.
영화나 디자인은 평가의 대상이 된다.
과정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대중은 결과를 위주로 본다. 디자인은 사용 혹은 경험으로, 영화는 상영시간 후 고객이나 사용자, 관객의 평가를 받는다.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나 감독이라도 이 과정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여기에는 관객의 호불호나 관람 당시의 감정 등 여러 외적인 요인도 포함된다. 힘들게 영화를 만들었지만 기대만 못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평가의 주체는 일반 관객도 있지만 전문가인 평론가도 있다. 이들은 영화를 철저한 분석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거기에 배급사를 통한 유통, 홍보 등도 이런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흥행수입도 중요하고, 작품성도 중요하다. 이것은 차기 작품의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춘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과정을 사용자는 알지 못한다. 결과를 위주로 본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조형성과 품질, 성능을 위주로 본다. 구매한 고객이 직접 사용자가 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업물이라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일반 사용자의 입소문도 있고, 전문 리뷰어도 있다. 그리고, 디자인 결과물 역시 시장 출시 이후, 꾸준하고 지속적인 예산의 투입을 통한 홍보나 마케팅이 되지 못하면 생각만큼 시장에서의 성공확률은 낮아진다. 이것 역시 차기 디자인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춘다.
영화나 디자인은 총체적인 협업의 결과물이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을 보자. 보통은 이것을 끝까지 보는 경우가 없다. 몇몇 영화사에서 엔딩 크레딧 후 차기 작품에 대한 쿠키영상을 보기 위한 정도가 대부분이다.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는 불이 켜지지 않는다. 영화의 여운을 느껴보라는 배려다. 그리고, 엔딩크레딧 중에는 OST가 나오니 온전히 감상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다. 어쨌든,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참 많은 분야에서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껴볼 수 있다. 대표성을 감독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전공한다고 해서 모두 감독이나 배우가 되라는 법은 없다. 많은 영역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디자인 역시 디자이너 혼자만의 영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근래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 혹은 도움을 준다. 영화와는 다르게 디자인은 디자이너 정도만 알 수 있는 케이스도 드물다. 보통의 경우에는 어떤 디자이너가 어떤 계획과 콘셉트로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오롯이 디자이너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경영전략, 예산, 기술, 마케팅, 생산, 품질 등 여러 분야의 목소리를 아울러야 한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해서 모두가 스타일리스트(외형 디자이너)가 될 필요는 없다. 하나의 디자인을 위해서는 영화처럼 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각자 맡은 영역에서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영화에는 상업영화가 주류를 이루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규모로는 단편을 위시한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있다. 감독이나 제작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대신해서 잘 전달해 주기도 한다. 보통 입봉작으로는 각본을 감독이 함께 맡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국,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는 관객의 선택과 함께 상업적 성공을 거둔다. 그래서, 영화는 문화인 동시에 투자대상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영화에서는 영화 인트로에서 투자자, 투자책임, 총괄등이 나온다. 어찌 보면 짧은 시간에 투자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에 영화는 좋은 상업적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유명 감독, 성공한 원작, 유명 배우 등이 영화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산업디자인이 주류를 이루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공공디자인은 대표적인 비 상업디자인 분야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 소외된 계층을 위한 디자인, 환경을 위한 디자인은 어쨌든 목표가 상업적 성공보다는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이런 디자인 분야 역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성공한 디자인이 되어야 지속가능하고, 지속가능해야 성공한다. 그래서, 어쩌면 더더욱 비상업 디자인 영역에서 성공적인 디자인이 나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시도된다.
기획 이후 촬영이 시작되면, 광학기술은 기본이다. 어떤 영화는 의도에 따라 카메라 렌즈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컴퓨터 기술은 이제 영화에서는 빠질 수 없다. 촬영 시 도움이 되는 특수효과, 컴퓨터 모델링, 후보정 등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배경이나 배우까지도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촬영된 모든 결과물은 데이터로 저장된다. 이 데이터는 편집과 보정 등 다양한 후반 작업을 거치면서 완성된다. 디지털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기술 역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
디자인도 기술의 영향을 받는다.
컴퓨터 기술은 이제 디자인 도구에서 빠질 수 없다. 이미지나 모델링 작업은 신뢰와 작업 효율을 높여준다. 디자이너들의 단순작업은 컴퓨터 응용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다. 디자인 경영 입장에서의 의사결정 과정과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고, 머릿속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일에 기술을 디자인을 더욱 빛나게 한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과거 영화를 보면,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다. 대중들의 사상과 생각, 어떤 것을 선호하고, 어떤 가치에 열광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시각적 즐거움만을 위한 영화도 있지만, 감독을 통해 전해지는 시대적 메시지는 동시대 관객뿐만 아니라 미래의 관객에게도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세기말적 분위기를 전해주던 20세기말의 작품부터, 아포칼립스 종류가 많아진 시대, 사회적 약자와 인간적 즐거움을 전해주는 다양한 목소리의 영화는 명작으로 시간을 거슬러서 남아준다. 영화라는 종합매체가 가지는 사회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디자인도 시대를 반영한다.
단순히, 쓸모를 위한 디자인에서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과 필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그 시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여건이 어땠는지, 대중의 삶은 어떤 형태를 가졌는지를 추론해 볼 수 있다. 디자인이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버블경제와 경제위기를 거듭하면서 디자인은 시대를 반영해 왔다. 근래 인구소멸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현상 역시 많은 디자인 결과물로 나타난다.
관객은 상영시간 동안 영화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들어간다.
그 안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 다시 실제 세상으로 돌아온다. 이 짧은 여행동안 우리는 타인의 삶도 경험해 보고, 등장인물의 감정에 몰입해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아주 효율적인 간접경험이다.
디자인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표현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처럼 명확한 계획을 기반으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것이 디자인이다. 그 안에서 고객은 디자인을 구매하고, 사용자는 디자인을 경험한다. 이 과정은 아름답다. 나를 위해 누군가 기획하고, 고민하고, 그려내고, 만들고, 다듬어 냈을 것이다. 그 두근거리는 과정을 디자인이다.
영화와 디자인은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흥미롭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영화도 즐기고, 디자인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각자 취향이 존중되는 선에서 좋은 디자인과 영화가 함께 공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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