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은 독립된 디자인 영역이면서 또 아니다.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서비스'가 가진 모호성 때문일 것이다. 다른 디자인 영역은 기본 공부가 된 상태에서 각자 현장의 경험이 곧 살아있는 공부가 된다. 즉,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진짜 전통적인 디자인의 특징이다. 그러나, 서비스디자인은 반대다. 현장에 적용하기 전에 기본개념 공부의 비중이 크다. 서비스디자인 자체가 애매하기도 하고, 적용범위가 넓다 보니 당연히 설명도 길고 많다. 그래서 책이나 강의를 듣다가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허들을 넘어야 한다.
모든 원리는 짧게 요약할 수 있다.
서비스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서비스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디자인 영역이 그렇듯이 일체의 현장이 학술적 프로세스, 즉 책에서 본 것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다. 서비스디자인 영역도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를 강조한다. 각 단계마다 이름을 붙여서 구분하지만, 확산과 수렴을 반복하는 이 과정은 일반적인 사고결정 방식이다. 개념적으로 이 단계들을 거치게 하지 않으면, 자칫 놓칠 수 있는 것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특정한 단계에 비중을 더 준다고 강조하는데, 실은 그렇게 고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 가능하면, 이해하기, 조사하기, 정의하기, 발전하기, 전달하기의 틀을 확산과 수렴으로 하라는 것이다. 너무 이 논리와 단어 하나하나에 함몰될 필요는 없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는 많은 지원사업 등에 서비스디자인방법론을 강조한다. 그리고, 몇 가지 고정적인 단계에 해당하는 툴킷 등을 통해 최소한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단계를 규정한다. 이는 아주 잘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단계들은 최소한이다. 어떤 프로젝트는 인터뷰 단계가 발견하기뿐만 아니라 이후 단계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보편적으로 4가지 단계마다 주로 쓰이는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이다. 조사하기(Discover) 역시 그렇다.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디자이너는 많은 정보와 인사이트가 쌓인다. 그런 상태에서 하는 조사하기는 프로젝트 초기 조사를 통해 도출되는 정보의 분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현장은 교과서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제약조건이 있으며, 저 마다 새로운 환경이다. 많은 생략과 통합이 있을 수 있으며, 프로젝트를 둘러싼 보이는, 보이지 않는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충돌한다. 서비스디자인은 독립된 디자인 분야면서 또 통합적인 디자인의 영역이다. 가변적이고 명확히 진행과정이나 발견을 예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프로세스나 방법론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이런 효과적인 도구를 매 프로젝트에 맞게 효과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저가의 제품원가를 낮추는 디자인프로젝트, 프로토타입이나 MVP정도 수준이 필요한 연구개발 사업,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가 필요한 프로젝트도 존재할 수 있다. 획일적인 사고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탄력적인 인재가 요구된다.
서비스디자인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다.
다만, 디자인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이다. 그래서, 마음의 문도 열고, 개념의 인지를 위한 공부도 필요하다. 일정 수준까지는 지난한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곧 나의 전문디자인 영역과 만나게 되어있다. 모든 산업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과정에는 서비스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공기처럼 걸치지 않은 곳이 없고, 생각지도 않았던 영역까지 손을 뻗친다. 정책, 행정, 시스템 등에도 도시재생, 지역활성화, 시민참여가 되는 생각지도 않은 분야와 지금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영역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치, 인공지능 같다. 생성형 인공지능도 모든 답을 알고 있지만, 묻는 것에만 답한다. 답을 이끌어 내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서비스디자인도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끌어 내는 것은 기존 디자이너의 몫이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 역시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공통된 역량이 아니다. 기꺼이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한 발이라도 먼저 움직이는 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