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의 시대는 끝났다, 패러다임 전환의 기로에 선 애플
오렌지 17이라는 숫자는 어느 순간 내 또래에게는 농담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징이 되어버렸다. ‘영포티’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아이폰의 브랜드 인지도도 희미해졌다는 농담이 오가곤 한다. 하지만 애플의 미래가 어둡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유머가 아니다. 실제로 애플은 지금 거대한 변곡점 앞에 서 있다.
무엇보다 애플은 AI 시대의 패스트 무버가 아니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한계를 가진다. 애플은 늘 혁신의 선두주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데 초점을 둬 왔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 트렌드는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시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한 번에 완성된 형태로 시장에 던지는 방식은 이미 느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애플의 폐쇄적인 연구 시스템도 문제로 작용한다. 애플에서는 모든 연구 결과가 회사에 귀속되며, 연구자들이 논문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없다. 오픈 소스를 중심으로 협력과 확장을 추구하는 AI 생태계와 정반대의 구조다. 이는 곧 기술 발전의 속도와 다양성을 스스로 제약하는 셈이며, 실제로 최근 유능한 AI 인재들이 메타로 이직한 것도 이런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스티브 잡스 시절이었다면 파격적인 방향 전환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 쿡 체제의 애플은 안정성과 수익 구조에 초점을 맞춘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리더십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지금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으로서 여전히 견고해 보이지만, AI 흐름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다면 노키아가 걸었던 길을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 애플이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는 앱스토어라는 강력한 생태계를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더 이상 ‘혁신의 중심 디바이스’로 기능하지 못하는 지금, 단순히 앱 생태계에 기대어 생존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 애플은 주머니 속의 디바이스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해야만 한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제품을 기다리던 시대는 끝났다.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한다면, 애플의 미래는 지금의 안정감과는 달리 어둡고 고립된 길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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