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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고래 Apr 03. 2023

마음이 서걱거렸다

흙알갱이들이 입안에 버석거리는 황토색의 느낌

                                                                                                                                                                                                                                                                                                                                                   

 입안이 서걱거렸다. 마음도 덩달아 버석거렸다. 무엇이 이런 감정을 만들어 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하고 싶은것과 하기 싫은것 사이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생각만 하고 있는 내가 문제인것을 알아차리는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루어야할 핑계는 항상 존재했다. 합리화에 대한 그물과 적당한 타협은 같은 자리를 맴도는 자양분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그속에서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오십이 훨씬넘은 중년에도 이렇게 미적거리는 내가 싫어서 우울했다. 시간이 너무 많아도 불만, 적으면 바쁘다고 투정대는 모습이 밉상이었다. 이런 반복된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은 여전히 두통거리였고 그자리에서 맴돌고 있는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다.

 

 어떻게 사는것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왜 사는가에 물음에 대한 답이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물었다. 왜 사는지, 태어났으니 그냥 사는거라는, 길가에 무수히 자라난 풀한포기처럼 생명의 인연따라 나고 지는것이라는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으면서도 또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산책길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자. 하루 하루 주어진 일상에 집중하면서 살자라고 중얼거리며 훈련을 해도 잠시 그때뿐, 머리속은 또다시 흙탕물처럼 뿌옇게 흐려졌다. 그러면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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