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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장 Jun 20. 2021

행복의 지름길

좋아하는 것들의 집합체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행복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행복은 인생이라는 여정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부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마치 햇살 좋은 날 시골길을 지날 적에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며 미소가 지어지는 광경이 자연스러운 것과 같다. 행복 자체를 삶의 목표로 삼는다면 길가의 꽃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니 막 꺾어서 한아름 집에 가져오는 우를 범하는 일과 같지 않을까.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길을 지나는 나도, 그 길가를 지키고 서있는 꽃도 모두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 행복은 민들레꽃처럼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존재와 같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결정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행복을 느끼는 일이 자주 있다면 그만큼 삶의 만족도와 질은 올라간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행위에서 행복은 출발한다. 결국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그만큼 행복도 더 자주 더 많이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좋아하는 대상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의 목록이 많고 세밀해야 정확히 원하고 추구하게 되어 충만한 행복감이 된다.


내 기억 속 가장 먼저 떠오르는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쌓은 추억 자체다.

어릴 적 부모님과 같이 갔던 동해안 해수욕장과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다시 찾은 강원도 여행.

지금은 하늘에 계신 할머니와 생전에 함께 교회에 갔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 손자'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으시던 주름진 할머니 입가에서 나에게 행복이 전해졌다.


백이면 백 누구나 행복하다고 느끼는 강력한 일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안전하고 편한 곳에서 먹는 일이다. 우리가 행복으로 기억하는 추억에서 다른 것들은 잘 기억나지 않아도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람의 얼굴과 표정은 기억한다. 원래 강력한 행복은 사람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사랑은 행복의 근원이자 그 자체다.


꼭 여행과 같은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 깃든 행복도 흔하게 느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타려는 버스가 10m 앞일 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나른한 상태에서 마시는 맥주 한 모금.

로또 당첨 확인한 결과 5천원에 당첨됐을 때.

무심코 차 안에서 튼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하는 대로 글이 쓱쓱 써질 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비루하고 불쌍한 사람처럼 느껴진다면 더 넓은 세상에 나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더 많은 책을 보면서 내 안의 감각과 틀을 깨야 한다. 많이 그리고 넓게 보고 만나며 배우고 느낄 때 사람은 비로소 사람다워지고 자연스러워진다. 이는 곧 내가 행복하고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임을 깨우치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낯선 땅으로 이동하고,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나보고, 수많은 책들을 펼쳐보며 '나'를 확장하기엔 한계와 무리가 있기에 다음의 방법을 권한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작은 제안이다.


나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적어보자. 구체적일수록 좋다. 나의 경우 할머니집 길 건너편에 위치한 초등학교 운동장의 나무 그늘이 드리운 벤치에 누워서 높고 맑은 쪽빛 가을하늘을 바라볼 때 살랑이는 바람결이 내 볼을 스쳐 지난 경험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행복한 일들과 상황은 물론이고 사람, 물건 등 제한을 두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나열해보자. 오늘 오후에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시원함도 무시하지말고 모조리 적다보면 그간 내가 느끼던 행복이 가까이에 늘 존재함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 내가 감사한 일들을 적어보자. 아주 사소해보여도 좋다. 원초적으로는 건강하게 살아있음 자체를 감사할 수도 있고, 무사하게 퇴근했음에도 감사할 수 있다. 실제로 감사일기 쓰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꼭 심리적인 효과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감사한 일 적기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작업이 되리라 믿는다. 감사도 습관이다. 감사하다 보면 감사할 일이 늘어나고 내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당연히 행복은 따라온다.


더 자주, 더 많이 행복하고 싶다면 더 자주,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원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추구함으로써 나를 챙겨야 한다. 사람이라면 응당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데 그 속에서 인간은 성숙해지며 자신에게 꼭 맞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행복은 '나'의 일상 속 '나'의 경험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행복하고 싶다면 평소에 '나'를 들여다보고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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