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글 Aug 22. 2023

너에게 쓰는 편지 15

우산


3월, 학기 초

4층 컴퓨터실에서 학교 정문을 내려다보면

엄마, 아빠, 할머니, 태권도관장님, 미술학원 선생님

신입생들을 마중 나온 분들이 보여

비가 오는 날은 알록달록한 우산들로 장관을 이루지



.... 나도

저기 서있어야 하는데..

우리 보연이 학교 가면

배웅하고  마중 나가고 싶은데..




한참 고민을 했는데,

답은 간단하더라

하면 되지~~

그만두면 되지,

몇 개월 혹은 일 년 쉬다 다시 나오면 되지~~



그리고는

팀장을 내려놓고  

얼마 후엔  퇴사의사를 밝히고

2월 28일까지 수업을 하고

3월,

너의 입학식부터 온전히 학부모로 지낼 수 있었어



손을 잡고 정문까지 가고

급식도우미도 하고 청소도 하고

삐뚤빼뚤 직접 쓴 책상 위 이름표도 보고

반모임에도 나가 엄마들이랑 어울리고

하굣길 같이 컵볶이도 먹고

매일 사진을 찍고

행복한 6개월을 보냈어.



(2012년 초딩1학년의 너)





9월,

다시 일을 시작하느라

너의 배웅과 마중은 할머니 몫이 되었지만

1학년인 너를 떠올리며

아이들을  대하고 챙기고 더 열심히 수업하게 되더라.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날 내가 먹었던 마음을 떠올려~

일을 멈추고 돈을 안 벌고

오롯이 엄마로 산 6개월..

참 잘했다고.





20230822



작가의 이전글 너에게 쓰는 편지 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