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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키퍼 Nov 20. 2023

채링크로스 84번지



또 이렇게 좋은 책을 여태 알지 못하고 있었다니!

올해는 나만 모르고 있었던 책들이 여럿 다가왔다. 연초에 나의 아름다운 정원<심윤경>이 그랬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채링크로스 84번지<헬렌 한프> 이 세 권의 책은 올해 나에게 진한 감동과 여운을 안겨준 책 들이며 그로 인해 며칠 동안 설렜다.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 준 책들에 대상 없이 고맙다는 말이 속으로 터져 나온다.


일요일 아침, 전날 도서관에서 주섬주섬 챙겨 빌려온 책들을 쭉 스캔해 본다. 그중에서 제일 짧고 헐렁해 보이는 것을 집어 들고 앉아서 읽기 시작했다. 새벽에 눈을 떠서 조용한 가운데 한, 두 시간에 읽어 버렸다. 어찌 보면 고객이 보내는 책 주문서, 서점이  보내는 발주 영수증 같은 내용인데 여기에 그들의 서로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더해지면서 평범하고 힘겹게 사는 모습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지난번 읽은 <건지 감자 껍질파이 클럽>과는 다르게 나도 따뜻한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말하듯이 건네며 무언가 관계를 특별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글을.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방학으로 인해 한동안 헤어질 때, "편지해~"라는 말을 주고받았던 게 떠올랐다. 편지를 주고받는 세상은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 아련한 향수는 내 마음에 남아있다. 늘 시 같은 글을 꿈꿔 온 것 같다. 말하듯이 그러나 여운이 남게... 누군가에게 아주 감상적인 글을 써서 보내고 싶지만 그건 요즘 세상에 상대방을 매우 생뚱맞게 만들 수 있으므로 참아야 한다.


두 권의 편지글을 읽으며 <시의성>에 대해 생각한다. 전쟁이라는 절대적으로 척박한 상황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유대감과 따뜻한 에너지를 나눈다. 후에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내가 읽고 감동을 받는다. 그리하여 글이란 이런 거지. 기호 같은 글을 읽으며 나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또 한 번 손을 잡은 느낌을 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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